살려달라던 ‘라면 형제’ 의식불명…법이 ‘학대’ 외면했다

국민일보

살려달라던 ‘라면 형제’ 의식불명…법이 ‘학대’ 외면했다

입력 2020-09-17 06:34 수정 2020-09-17 09:54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상황에서 끼니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태에 빠진 인천 초등학생 형제가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은 화재 직후 119에 연신 ‘살려 달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형제의 어머니는 평소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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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미추홀구 빌라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를 일으켜 중태에 빠진 형제의 어머니 A씨(30)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A씨가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건이나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고 당시 가정환경 개선을 권고했지만 3번째 신고 이후 방임 학대를 우려해 경찰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관은 A씨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고 경제적 형편상 방임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어머니와 아이들을 격리해 달라는 보호 명령 청구를 했었다. 다만 폭력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27일 보호 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A씨에게 1주일에 1번씩, 6개월 동안, 초등생 형제는 1년 동안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 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상담이 이뤄지지 않던 도중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에서 B군(10)과 C군(8)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났다. 이들 형제는 4층 빌라 중 2층에 있는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화재 신고를 했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집 주소를 말하고는 “살려주세요”만 계속 외쳤다.

소방 당국은 B군이 말한 빌라 이름이 같은 동네에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휴대전화 위치 추적 끝에 화재 장소를 파악하고 진화 작업을 벌여 10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이미 형제는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친 상태였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위중한 상태다.

형인 B군은 전신 40%의 화상을 입었고 B군은 5%의 화상을 입었지만 장기 등을 다쳤다. 형제는 평소 학교에서 급식을 먹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형제는 기초생활 수급가정으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코로나19 시대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해당 사고를 언급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천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불이나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 스스로 끼니를 챙기기 위해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한 정 총리는 “조금 전 박남춘 인천시장과 통화했다. 아이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인천시의 긴급지원책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복지의 빈틈과 사각지대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고 한 정 총리는 “정부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어 “실질적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철저히 살피겠다”며 “아이들이 하루빨리 의식을 회복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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