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도 모르고 아팠다” 브루셀라병 나몰라라 한 중국

국민일보

“이유도 모르고 아팠다” 브루셀라병 나몰라라 한 중국

입력 2020-09-18 01:00
브루셀라균 유출사고가 발생한 중국 간쑤성 란저우의 백신공장 및 주변지역.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서북부 간쑤성에서 브루셀라병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인근 백신 연구소의 부주의로 시작됐으나 피해자들은 보상은커녕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인민일보 주관매체인 건강시보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시작된 건 지난해 12월 중국농업과학원 산하 란저우수의연구소에서다. 지난 14일까지 란저우 주민 2만1847명을 검사한 결과 15%에 달하는 324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수개월이 지난 뒤에도 완치 판정 없이 신체적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셀라병에 걸리면 발열, 다한증, 관절통, 무기력증 등이 나타나고 생식기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30대 확진자 리모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허리가 아프고 피로감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원인을 몰랐다”며 “증상이 계속 심해져 지난 1월 브루셀라병 혈청 검사를 했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환자 쉬모씨도 “주로 관절 통증이 있고 잠잘 때 식은땀이 난다”며 “피로감이 커져 수면시간도 훨씬 늘었다”고 밝혔다. 3살배기 아들과 함께 양성 판정을 받은 왕모씨 역시 “어른은 증상을 드러낼 수 있지만 아기는 어쩌느냐”며 “관절통이나 발열은 없는 것 같지만 땀이 너무 많이 나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브루셀라균 항체 양성반응 결과지. 연합뉴스

중국 조사 당국은 문제가 된 연구소 가동을 중단하는 등 행정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감염 우려가 있는 주민들에게 검사·치료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았다. 대신 비슷한 증상을 앓았던 주민들이 직접 나서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상황을 공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환자 핑모씨는 “올해 초 검사에서 확진 사실을 알았다”며 “어머니와 형도 양성이었는데 추가 치료를 못 받고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란저우생물제약공장이 지난해 여름 동물용 브루셀라병 백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 기한이 지난 소독약을 쓴 것이 이번 대규모 감염의 원인이 됐다. 사용 기한이 지난 소독약은 시설에서 나온 폐기물을 제대로 살균할 수 없었고, 폐기물에 남아 있던 브루셀라균이 에어로졸 형태로 외부에 퍼진 것이다. 이후 바람을 타고 흡입이나 점막 접촉 등의 방식으로 체내에 침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뒤늦게 브루셀라병 치료 지정병원을 설치했고 내달부터 피해 보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항체 양성반응과 브루셀라병에 걸린 것은 다르다”며 “항체 반응은 3~6개월에 최고조에 이르고 6개월 후 줄어들기 시작하며 1년 뒤에는 항체가 쉽게 검출되지 않는다. 증상이 없으면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