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왕·헬퍼 논란에…주호민 “사과해도 죽여, 시민독재 시대”

국민일보

복학왕·헬퍼 논란에…주호민 “사과해도 죽여, 시민독재 시대”

입력 2020-09-18 16:33
웹툰 작가 주호민 인스타그램 캡처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이 최근 불거진 여성 혐오·선정성 비판을 받는 일부 웹툰에 대한 검열 논란과 관련해 “시민독재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주호민은 18일 새벽 트위치에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중 “최근 웹툰 검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누리꾼의 질문에 “옛날에는 국가가 검열했는데, 지금은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질이 낮고 보편적인 상식과 인권에서 벗어나는 만화들이 있었다”며 “만화는 무엇이든지 표현할 수 있지만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쟁의 피해자나 선천적인 장애와 같은 것을 희화화해서는 안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웹툰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 라고 운을 뗀 주호민은 “과거에 검열을 국가에서 했다면, 지금은 시민과 독자가 한다”며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으로 이 부분은 굉장히 문제가 크다. 큰일 났다”고 주장했다.

주호민은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보통 ‘나 자신은 도덕적으로 우월하니까’라는 생각들 때문인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며 “그러한 자신이 가진 생각들을 더 넓히려고 할 때 그 생각과 다른 사람이나 작품을 만나면 그들은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또 계몽하려고 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생각의 확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가 미개해서 내 생각이 맞는 거야’가 아니고, ‘내 생각과 같이하면 이런 것들이 좋아진다’를 보여줘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것들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러니까 그냥 ‘너는 미개한 놈이야’ 라는 식으로 가다 보니 오히려 더 반발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게 될 것이고,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가 없다. 힘겨운 시기에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어떠한 일이 생겼을 때) 만약 사과해도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그냥 죽이는 것이다. 재밌으니까 더 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웹툰 '복학왕'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캡처

앞서 네이버웹툰에서는 기안84의 ‘복학왕’과 만화가 삭의 ‘헬퍼2: 킬베로스’가 일부 장면에 대해 여성 혐오·폭력성 등 선정성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다.

기안84는 복학왕에서 능력이 없는 여성 구직자가 귀여움을 무기로 입사한다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남성 상사에게 성 상납을 한 것처럼 묘사해 논란이 됐다.

논란이 일자 기안84는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웹툰 '헬퍼'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캡처

웹툰 헬퍼는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거나 강간미수인 장면이 수차례 나오고, 살해와 고문 장면들이 지나치게 잔인하게 묘사돼 문제가 됐다. 또 작품 속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이 성을 대가성으로 이용하거나 남성 캐릭터에 의해 상품화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밖에도 BTS의 RM, 아이유, 위너의 송민호 등 실존 인물을 웹툰 캐릭터들로 등장시키고 이들을 조롱해 팬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작가 삭은 지난 14일 사과문을 올리고 “당분간 잠시 쉬며 재정비 시간을 갖겠다”며 휴재를 예고했다.

그는 “만화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현실 세계의 악인과 악마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남녀노소 불문 상처 입은 모든 약자를 대신해 응징해주는 것이 연출의 가장 큰 의도였다”며 “일부 장면만 편집돼 퍼지다 보니 단지 성을 상품화해서 돈이나 벌려고 했던 그런 만화로 오해되고 있지만 스토리를 구상할 때 그런 부분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송혜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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