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도 다 탔는데…17년 뒤 의대생 된 기적의 화상환자

국민일보

손발도 다 탔는데…17년 뒤 의대생 된 기적의 화상환자

입력 2020-09-18 17:16 수정 2020-09-18 17:21

4살 때 신체의 95%에 화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나 의대에 진학한 한 남성의 사연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남성 존 퀸(21)은 어린 시절 화재로 신체의 95%에 화상을 입고 신체의 일부를 잃었다.

사건은 2003년 11월 20일 미국 테네시주에서 발생했다. 당시 네 살이던 존과 일곱 살 누나 조안나는 강아지 맥스와 함께 놀다가 뒷마당에 불을 냈다. 촛불을 들고 헛간에 갔다가 맥스가 촛불을 쓰러뜨리면서 큰 화재로 번진 것이다.

존은 건초 더미 위에서 의식을 잃었고, 조안나는 집에 있던 언니 리아(당시 23세)에게 도움을 청했다. 존은 화재로 신체의 95%에 화상을 입고 귀·코와 손가락·발가락의 일부를 잃었다. 리아도 신체의 25%에 화상을 입었다.

존의 인스타그램 캡처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에도 존의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존은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6개월, 일반 병동에서 6개월을 보내며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신체의 5%가 무사했던 건 강아지 맥스 덕분이었다. 맥스가 존의 가슴에 파묻히듯 기대어 있었기 때문이다. 맥스는 주인의 목숨을 구하고 세상을 떴다.

목숨은 건졌지만 존은 화상 자국으로 어린 시절 남들에게 놀림당하기 일쑤였다. 아이들은 존을 보면 무서워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심지어는 돌을 던지고 도망가기도 했다. 그를 “괴물”이라고 부르며 괴롭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외모가 남들과 다른 것이 너무 싫었던 존은 친구를 사귀지 못해 늘 외로웠다. 친구들 괴롭힘에 13세 무렵에는 거식증까지 생겼다.

그런데 존의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2012년 ‘화상을 입은 생존자를 위한 캠프’를 통해 “화상으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살아남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용기 있는 얼굴' 단체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존

존은 “고통에서 벗어난 나라면 비슷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용기 있는 얼굴(얼굴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권익을 지키는 단체)’의 홍보대사를 맡아 활동했다.

현대 의학 기술 덕에 살아난 존은 자신이 치료를 받은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갖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금껏 100차례 이상 의학연구소에서 배양한 피부를 이식받으면서 의술의 위대함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존은 현재 초음파 검사를 하는 의료인이 되기 위해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생활을 문제없이 마친다면 오는 2023년에 졸업할 예정이다.

존의 인스타그램 캡처

현재 21살인 존은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참 좋다”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적었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는 마블의 데드풀이다. 데드풀도 가면 안에 상처 입은 모습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존의 사연이 알려지자 최근에는 데드풀을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가 직접 존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이언은 데드풀 의상을 입은 존에게 “이 게시물이 나에게는 정말 큰 의미가 있다”며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다.

어린 시절 신체가 훼손되고 큰 화상을 입었음에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현재는 의료인이 되기 위해 정진하는 미국의 한 청년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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