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끌어안고 가는 ‘나혼산’… ‘보이콧’ 시작

국민일보

기안84 끌어안고 가는 ‘나혼산’… ‘보이콧’ 시작

입력 2020-09-21 11:41

혐오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김희민)이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복귀하자 시청자는 보이콧을 시작했다. 하차를 요구하는 시청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수년 전부터 여성혐오, 장애인 비하 등으로 연달아 논란을 빚어 온 기안84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의지 표현에 많은 시청자는 허탈함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21일 SNS를 중심으로 기안84 보이콧 움직임이 시작됐다. ‘나혼자산다’ 시청 거부는 물론, 이 프로그램의 PPL(간접광고) 상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게시물을 올리는 식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18일 기안84가 화면에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예상 가능한 장면이 연출됐다. 기안84는 “심려를 끼쳐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박나래, 이시언 등 출연진은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냐”며 그를 위로했다. 하지만 대중이 기안84에게 분노하는 지점은 비단 어쩌다 한 번 혐오 표현을 작품에 녹여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수년 간 여러 혐오 표현으로 도마에 오르면서도 전혀 변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제작진은 이날 기안84의 마음고생을 부각하는 연출을 시도했다. 그는 “사실은 이제, 사는 게 참, 인생이란” 등 말을 잇지 못하며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강조했다. 시청자는 “도무지 기안84를 안고 가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앞서 제작진은 줄곧 기안84의 하차를 부인했었다. 지난달 논란이 불거지고도 제작진이 편집 없이 기안84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하자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 비판 글이 쇄도했고, 결국 기안84는 잠시 모습을 감췄다. 제작진은 이때도 “기안84가 개인 사정으로 최근 녹화에 불참했다”며 “하차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기안84 논란에 불이 붙은 건 그가 지난달 11일 네이버웹툰을 통해 공개한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 때문이다. 여기에는 20대 여성 봉지은의 입사기가 그려졌다. 봉지은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고 말하며 조개를 배에 올린 뒤 깨부순다. 이후 남성 팀장은 봉지은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뭐 그렇게 됐어. 내가 나이가 40인데 아직 장가도 못 갔잖아”라고 말했다. 이때 남자 주인공은 “잤어요?”라고 되묻는다. 독자들은 봉지은이 남성 팀장과 성관계 후 채용됐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 아니냐며 기안84의 여성관을 지적했다.

기안84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풍자하고 싶었다”며 “봉지은을 해달에 비유하려고 조개를 배에 올렸다”고 해명했다. 그의 말처럼 해달처럼 귀여운 봉지은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굳이 조개를 확대해 보여주고 격하게 깨부수는 장면을 삽입할 이유가 없다. 여성이 성관계를 통해 입사했다는 얄팍한 설정을 추가해 전개해야만 하는 당위성도 부족하다. 기안84 혐오 논란은 오래전 시작됐다. 지난해 ‘복학왕’은 동남아인 노동자와 청각장애인 여성을 비하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6월 26일부터 올라온 웹툰 ‘회춘’은 어떤가. ‘대학생 아빠’ 시리즈에는 ‘나혼자산다’ 출연진 이름을 딴 캐릭터가 등장한다. 특히 전현무의 이름을 딴 전헌무와 화사의 이름에서 가져온 지화사가 문제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달 7일 올라온 작품이다. 최삽질(전헌무)은 여성이 접대하는 술집에 방문했는데 이때 그의 방에 들어온 여성 종업원이 지화사였다. 최삽질이 “화사야 힘들지? 오빠가 돈 벌어서 일 그만두게 해줄게. 조금만 참아”라고 말하자 지화사는 “여기서 일하니까 내가 오빠를 만나지, 밖이었음 내가 오빠 만났으려나? 나 만나고 싶어? 그럼 100억 줘”라고 답했다. 동료의 이름을 딴 캐릭터를 성접대 여성과 룸살롱에 방문하는 남성으로 그리면서 그의 세계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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