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국 대선 시작됐다…“바이든 무능” “트럼프 나쁜 사람”

국민일보

[르포] 미국 대선 시작됐다…“바이든 무능” “트럼프 나쁜 사람”

입력 2020-09-22 08:17 수정 2020-09-22 22:28
버지니아주 등 4개주서 대선 사전투표 시작
2016년 대선 비교해 현재 사전투표율 4∼5배 높아
트럼프 지지자들 “트럼프, 코로나 대응 잘했다”
바이든 지지자들 “미국 민주주의 지키러 나왔다”

미국 유권자들이 21일(현지시간) 대선 사전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사전투표장인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 정부 센터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미국 대선을 43일 남겨놓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 정부 센터. 평일인 월요일인데도 미국 대선 사전투표(Early Voting)를 하려는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페어펙스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016년에 비해 사전투표율이 4배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후 2시 30분 현재 650명이 사전투표를 마쳤다”면서 “오후 4시 30분에 투표가 마감되면 거의 1000여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은 버지니아주에서 사전투표가 실시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거의 모든 유권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또 6피트(1.8m)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전투표가 더디게 진행된다”고 귀띔했다.

미국 유권자들이 21일(현지시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대선 사전투표장인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 정부 센터 정문 앞에 줄 서 있다.

코로나19가 낳은 새로운 현상…뜨거운 사전투표 열기

미국 버지니아주·미네소타주·와이오밍주·사우스다코타주 등 4개 주에서 지난 18일부터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이들 주는 미국에서 사전투표가 가장 먼저 시작된 주들이다.

사전투표는 유권자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페어펙스 카운티는 “사전투표 첫 날이었던 18일, 1500여명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면서 “이는 2016년 대선 사전투표 첫날과 비교할 때 5배 늘어난 숫자”라고 밝혔다고 지역방송국인 WUSA9이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올해 미국 대선 투표율이 2016년 대선 투표율 55.67%를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 정부 센터에서 21일(현지시간) 진행된 사전투표에 참여한 미국인 부부

올해 미국 대선은 사전투표, 우편투표와 대선 당일 투표소 투표로 치러진다.

특히 사전투표에 유권자들이 몰리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낳은 새로운 현상이다. 대선 당일인 11월 3일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유권자들이 일찌감치 투표소를 찾는다는 것이다.

우편투표에 대한 불안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편 투표용지가 지각배송 되거나 도중에 분실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전투표를 많이 택한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코로나19 대응 잘 했다”…“한국 위해서라도 트럼프 당선돼야”

버니지아주는 민주당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주다. 2016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버지니아주에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를 눌렀다. 대선에서 공화당이 버지니아주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때가 마지막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 정부 센터 앞에 차려진 공화당 천막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21일 사전투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 중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녹음한 듯 되풀이했다.

교사로 은퇴했다는 애덤 베일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밀리고 있다는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면서 “2016년 대선 때도 여론조사는 힐러리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강조했다.

베일리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매우 잘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미국의 코로나19 피해는 더욱 극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년의 백인 여성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은 무능하다”면서 “바이든은 교육이나 경제, 치안, 의료보험과 관련해 잘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또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무너질 것”이라며 “바이든은 약하기 때문에 미국에선 폭력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자원봉사자 앤드리아 포티는 사전투표장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가정주부인 포티는 “한국을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티는 “바이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할 능력이 안 된다”면서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만이 북한을 설득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사기 투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신봉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 지지자는 ‘우편투표가 집계되면 바이든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대해 “그럴 수 있겠지만, 바이든은 우편투표가 부정선거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당일 투표소 개표 집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섰다가 대선 며칠 뒤 우편투표까지 최종적으로 합쳐지면 승자가 바이든 후보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의 지지자들도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이 21일(현지시간) 대선 사전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 정부 센터 앞에서 줄지어 서 있다.

“트럼프는 나쁜 사람”…‘반(反) 트럼프’ 똘똘 뭉친 민주당 지지자들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반(反) 트럼프’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왜 바이든을 지지하는가’보다 ‘왜 트럼프를 떨어뜨려야 하는가’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백인 청년은 “트럼프는 거짓말쟁이에다 인종차별주의자, 독재자”라면서 “트럼프는 나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 청년은 “대선 때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서 사전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중년의 백인 남성은 “트럼프가 직접 죽이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코로나19를 잘못 대처하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죽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시대에 인종차별 문제도 더 악화됐다”면서 “트럼프는 미국인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일즈맨이라는 스캇 머레이는 “내가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줬는지는 비밀”이라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사전투표에 나섰다”면서 “지난 4년 동안 백악관에 있으면서 미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람에게는 투표하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자원봉사자인 크리스토퍼 앰브로스가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 정부 센터 앞에 차려진 민주당 천막에 서 있다.

바이든 후보의 자원봉사자인 크리스토퍼 앰브로스는 “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놀랐다”면서 “높은 사전투표가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앰브로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전투표율이 높아진 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열망이 뜨거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페어팩스=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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