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뉴스 못 보는 내 딸…조두순 돌아온단 것도 안다”

국민일보

“여전히 뉴스 못 보는 내 딸…조두순 돌아온단 것도 안다”

입력 2020-09-22 10:06 수정 2020-09-22 10:22
경북북부 제1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조두순의 2010년 3월 16일 CCTV 화면.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에게 잔혹한 성폭력을 당한 ‘나영이’(가명)의 아버지 A씨가 “조두순을 안산에서 떠나게만 할 수 있다면 신용대출을 받아 (이사 비용으로) 2000만~3000만원을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22일 조선일보에 “반성한다면서 왜 굳이 피해자가 사는 안산으로 오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008년 초등학교 2학년이던 나영이를 성폭행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입힌 조두순은 12년간 복역한 끝에 오는 12월 13일 출소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교도소 상담 과정에서 출소 후 아내가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영이의 가족 역시 안산에 살고 있다.

A씨는 사건 후 안산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저는 이사를 하자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영이가 울면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장애를 갖게 된 나영이는 다른 지역의 학교로 전학갔다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여기 있는 친구들은 나를 많이 이해하고 도와줬다’며 친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A씨에 따르면 나영이도 조두순이 안산으로 오겠다고 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은 집에서는 일절 조두순을 언급하지 않는다. ‘조두순 트라우마’도 여전하다. A씨는 “성폭력 관련 뉴스가 나오면 나영이가 쓰러져 버린다”면서 나영이는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TV를 보지 않았다고 했다. 또 가족 모두 휴대용 무전기를 들고 다니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A씨는 “호신용 가스총도 살 생각”이라고 했다.

A씨는 “우리 딸은 지금도 집에서 기저귀를 찬다. 장거리 여행을 가면 제일 큰 생리대를 가지고 다닌다”면서 “그런 모습을 보는 부모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조두순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보복”이라며 ‘출소 후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나 안산시가 나서서 조용한 곳에 가서 살라고 조두순을 설득해 달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가족에게 조두순의 접근 여부를 알려주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그걸 차고 동선을 전부 노출한다면 전자발찌와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조두순에게 전담 관제요원을 배치해 일대일로 24시간 밀착 감시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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