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은폐로 아버지 사망” 중국과 싸우는 중국인들

국민일보

“코로나 은폐로 아버지 사망” 중국과 싸우는 중국인들

입력 2020-09-22 10:40 수정 2020-09-22 10:47

“국비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우한으로 갔다가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 사는 장하이씨는 최근 “아버지의 죽음은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한 정부의 책임”이라며 우한시와 병원에 3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숨기면서 시민들에게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퇴역 군인인 장하이씨의 아버지는 지난 1월 17일 다리 수술을 위해 우한시에 있는 한 병원을 찾았다. 고향인 우한시에서는 국비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말에 결정한 일이었다.

하지만 입원하고 사흘 뒤 중국 당국은 코로나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고, 의료진은 방호복으로 무장한 채 가족 앞에 나타났다.

아버지는 양성 판정을 받은 지 이틀 만에 숨졌다. 감염 우려로 장례식은 할 수 없었고, 시신은 바로 화장돼 유골함에 담겼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 사는 장하이씨가 지난 1월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버지가 사망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실태를 은폐한 중국 정부 책임이라면서 우한시와 병원에 공식 사과와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영국 BBC 보도화면 캡처

장하이씨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죽고 싶지 않다’고 애원하셨다. 그 말을 평생 잊을 수 없다”며 병원과 우한시의 공식적인 사과를 원했다.

우한시는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된다. 최근엔 중국 출신의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 박사가 우한시에 있는 실험실에서 코로나19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실태를 숨겨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 코로나 피해자 가족이 정부에 책임을 물으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국 우한에 사는 자오 레이(39)씨가 지난 1월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버지가 사망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실태를 은폐한 중국 정부 책임이라면서 정부에 공식 사과와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스카이뉴스' 유튜브 캡처

우한에 사는 자오 레이(39·여)씨도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월 코로나에 감염된 아버지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중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제기한 소송이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코로나19 배상 소송 자문인단 소속 양잔칭 법률가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법원은 이 소송을 정치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우한시 중급법원은 법적 근거 없이 피해자 가족들에게 구두로 소송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 절차는 따르지 않은 채 정부의 말을 듣고 기각한 것”이라며 “중앙 정부에서 우한 지방 정부까지 모두 암묵적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한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그들이 전염병을 은폐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송에 나선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장하이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코로나를 은폐한 공무원이 처벌받기를 바란다”며 “죽음도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오씨는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싶다”고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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