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일식당 욱일기, 집념의 韓 공무원이 끌어내렸다

국민일보

베트남 일식당 욱일기, 집념의 韓 공무원이 끌어내렸다

입력 2020-09-24 10:04 수정 2020-09-24 10:04
베트남 퀴논 일식당 간판에 있던 철거 욱일기 문양(왼쪽)과 철거 후 모습(오른쪽). 서울 용산구 제공

우리나라 구청 공무원이 베트남 일식당 주인을 설득해 식당에 설치한 욱일승천기 간판을 내리게 해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은 지난 1일 베트남 중부 빈딘성 퀴논(꾸이년)시에서 새로 문을 연 일식집 출입구 상단에 욱일승천기 문양의 간판이 설치된 것을 보았다.

윤 소장은 즉시 식당 매니저를 찾아 “간판 디자인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와 닮았으니 디자인을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식당 매니저는 “외부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했고 (본인은) 디자인을 바꿀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윤 소장은 인테리어 업자와도 통화했으나 해당 업자는 “우리는 인터넷으로 일본풍 디자인을 찾다가 눈에 띄는 걸 보고 작업을 했을 뿐”이라며 교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에는 욱일기 문양을 금하는 법이 없다”고 맞섰다.

윤 소장은 본인 페이스북 계정으로 간판 사진을 올려 공론화했고 이를 계기로 해당 식당에 항의 전화가 잇따랐다.

그는 다음 날 다시 식당을 찾아 주인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주인이 “베트남 예법상 남의 사업에 간섭하는 게 더 문제”라며 “당신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식당 이미지가 나빠졌으니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 소장은 “게시글을 지우고 비용도 직접 낼 테니 간판을 바꿔 달라”며 주인을 재차 설득해 마음을 돌리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사흘 뒤 설치된 새 간판에는 문제의 욱광(旭光)이 사라졌고, 45도 각도 사선이 배치됐다.

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 서울 용산구 제공

윤 소장은 바뀐 간판을 찍어 다시 페이스북에 올리고 “(주인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며 “퀴논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 될 거라 믿는다”는 소감을 남겼다.

용산구 관계자는 “간판 교체 후 식당 주인과 인테리어 업자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윤 소장에게 인사를 전했다”며 “처음에는 언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해결이 됐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퀴논시 현지에서 용산구(구청장 성장현)와 퀴논시(시장 응오 황 남) 사이의 국제협력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윤 소장이 이끄는 용산국제교류사무소는 2016년 개소 이래 ‘꾸이년 세종학당’을 개설해 한국어 강좌를 열고 사랑의 집짓기, 유치원 건립, 백내장 치료지원 등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빈딘성 투자설명회’를 후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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