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돌풍에 날려간 죽은 아내사진 되찾았습니다”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돌풍에 날려간 죽은 아내사진 되찾았습니다”

입력 2020-10-04 11:25 수정 2020-10-04 11:33
에이미의 사진이 스콧의 자가용에 꽂혀 있다. 폭스뉴스 캡쳐

한 남성이 허리케인으로 잃어버린 죽은 아내 사진을 낯선 이들의 도움으로 되찾았습니다.

스콧 크리스마스는 3년 전 아내 에이미 크리스마스를 떠나보냈습니다. 아내는 악성 뇌종양과 싸우다가 숨을 거뒀지요.

스콧은 에이미를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에이미의 사진 여러 장을 자동차 룸미러 아래에 꽂아두고 다녔죠. 특히 스콧은 에이미가 2017년 4월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킨 뒤에 찍은 사진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사진은 3년5개월 내내 같은 자리를 차지할 만큼 스콧에게 특별했죠.

하지만 허리케인 ‘샐리’가 에이미의 사진을 앗아갔습니다. 스콧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에이미의 묘지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허리케인이 들이닥쳤습니다. 허리케인은 조수석 창문으로 사진을 날려 보냈습니다. 스콧이 가장 아낀 사진이 바람에 날아간 것입니다. 스콧은 에이미의 사진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지만 나흘이 지나도록 연락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5일째 되던 날 스콧의 휴대전화에 ‘태그’ 알림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 친구가 스콧을 태그한 게 아니었습니다. ‘What's Happening in Fairhope’(미국 앨라배마주의 도시)라는 페이스북 그룹 사용자들이 한 게시물에 스콧을 태그한 것이었습니다.

스콧이 킴벌리 부부를 찾아가 에이미의 사진을 되찾았다. 폭스뉴스 캡쳐

게시물의 주인공은 킴벌리 다니엘 한센이었습니다. 그는 스콧이 잃어버린 에이미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남편 비야르케 한센이 허리케인 피해를 확인해보려고 페어호프 집에 왔는데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고 썼습니다. 다른 사용자들은 사진의 주인공이 에이미란 사실을 알아채고 스콧을 태그했습니다.

킴벌리는 폭스뉴스에 “나도 남편과 함께 잔디밭에 뒤집혀 있는 사진 한 장을 보았다”면서 “처음엔 종이쪼가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진을 뒤집어 보니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이더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사용자들이 자신의 게시물에 스콧을 태그한 것에 대해서는 “감동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스콧은 킴벌리 부부를 찾아가 사진을 받았습니다. 사진은 조금 젖었지만 에이미의 모습은 그대로였습니다. 스콧은 페이스북에 사진을 되찾은 사연을 공유하며 “킴벌리와 비야르케에게 고맙다. 당신들은 폭풍우에 있는 한 줄기 빛이었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만약 킴벌리와 비야르케 부부가 사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쓰레기통에 버렸다면 스콧은 에이미의 사진을 영영 찾지 못했을 겁니다. 차 문을 연 자신을 평생 자책하며 살아갔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부부는 사진 한 장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스콧이 사진을 되찾은 건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 덕분 아니었을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