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속 바글바글…비글 11남매의 딱한 사연 [개st하우스]

국민일보

스티로폼 속 바글바글…비글 11남매의 딱한 사연 [개st하우스]

시골에 버려진 암컷 비글, 11남매 낳아
도시 견주들의 원정 유기…대책 마련해야

입력 2020-10-17 10:03
"보금자리가 얼마나 간절했으면..." 시골 마을에 버려진 비글 엄마가 11마리 새끼를 낳았다. 만삭의 비글은 마을 구석의 웅덩이에 스티로폼을 갈아 넣어 푹신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제보자 제공

황금빛 들판이 일렁이는 경기 OO시의 시골 마을. 한적한 이 동네에서 갑작스럽게 강아지가 23마리나 태어났습니다. 특히 엄마 비글은 젖꼭지보다 많은 11남매를 낳았는데요. 꼬물거리는 새끼들의 모습이 무척 귀엽네요.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죠. 새끼 수십 마리를 보살피랴, 제2의 ‘임신 사태’를 막으랴 온 마을이 난리인데요. 말썽꾸러기 비글 11남매에 얽힌 딱한 사연을 살펴보겠습니다.

"노릇노릇 인절미 시키신 분~" 도미노가 쓰러지듯 줄지어 낮잠에 빠진 비글 남매들. 한 마리가 잠들면 나머지 남매도 우수수 잠든다.

안타까운 탄생…유기견 엄마가 낳은 비글 11남매

8월의 마지막 주말, 20대 직장인 강지은(가명)씨는 부모님의 가족농장을 방문합니다. 묶여 사는 주변 개들을 산책시켜준 강씨는 동네에선 제법 ‘개잘알’로 통했죠.

이날 강씨는 부모님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랫집 해피가 새끼를 무척 많이 낳았대. 한번 가봐라!” 해피는 몇 년 전 외지인이 동네에 버리고 간 암컷 비글입니다. 사정이 딱하다며 아랫집 어르신이 마당에 거두어 밥을 주었죠.


이웃집에 달려간 강씨는 머릿속이 새하얘졌습니다. 해피의 품에는 축구팀처럼 많은 새끼 비글들이 꼬물거리고 있었거든요.

‘하나, 둘, 셋…아홉, 열…열하나?’ 엄마의 젖꼭지 10개보다 더 많은 11마리의 비글 남매. 동네 어르신들은 “귀엽다” “예쁘네”라고 감탄하지만, 강씨는 그저 막막했습니다.

‘이 많은 애를 어떻게 입양 보내나…1마리 입양 보내기가 얼마나 힘든데.’
‘다들 개를 묶어 키우는데, 아빠 개는 도대체 누굴까.’


스티로폼 보금자리에 바글대는 새끼들

엄마 비글의 육아는 눈물겹습니다. 푹신한 보금자리가 간절했는지 해피는 커다란 스티로폼을 주워와서 웅덩이에 가득 담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티로폼은 조각조각 부서졌고, 스티로폼 가루는 눈도 못 뜬 새끼들의 코와 입으로 마구 들어갔죠.

갓 태어난 비글 11남매가 스티로폼 부스러기 위에서 위태롭게 누워있는 모습.

"소중하게 대해주세요" 육아에 지친 엄마 비글은 서서히 도움의 손길을 허락했다.

고된 육아로 엄마 비글은 기진맥진했는데, 평소 밥을 먹이던 어르신들은 발만 동동 구릅니다. 시골길에 버려진 녀석이 딱해서 거뒀을 뿐 이분들도 반려견에 대해 잘 모르거든요.

보다 못한 강씨가 나섰습니다. 먼저 어르신들을 설득해 개집을 넓게 보수했습니다. 비글 가족을 위한 특식도 준비합니다. 육아하느라 몸이 축날 대로 축난 어미 개에겐 북엇국과 사골국물을, 강아지들에게는 이유식과 반려견 우유를 챙겨줬죠.

"헤헷 오늘은 또 무슨 말썽을 피울까" 비글 남매의 눈빛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잡았다 요 녀석! 23마리의 아빠는?

그런데 뜻밖의 출산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아랫집과 건넛집 진돗개도 6마리씩 새끼를 낳아 한 달 새 마을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총 23마리. 감당하기 힘든 ‘임신 사태’의 범인은 누굴까요? 더 이상의 출산을 막으려면 녀석을 잡아야 합니다.

제보자는 수소문 끝에 임신 사태의 범인을 잡습니다. 그 장본인은 1년 전부터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수컷 진돗개. 주민들도 녀석을 23마리의 아빠로 지목합니다.

"네가 무슨 죄가 있겠니" 동네 암컷을 임신시킨 수컷 진돗개가 붙잡혀 묶였다. 1년 전부터 마을을 떠돌아다닌 녀석이라고. 제보자는 도시 사람들이 버리거나 부모님에게 떠넘긴 개가 동네에 많다고 하소연했다.

제보자는 녀석에게 밥을 주는 어르신과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제보자는 “대화할수록 둘의 인식 차이는 크게 느껴졌다”고 호소합니다. 고된 농사일로 지친 시골 어르신에겐 중성화, 예방접종 등 모든 것이 생소했거든요. 오랜 협의 끝에 아빠 개를 묶어 두고, 조만간 중성화 시술을 하는 것으로 임신 사태는 일단락됩니다.

사실 이번 대량 출산에는 도시민들의 책임도 큽니다. 해피를 비롯한 마을 개 상당수는 도시의 자녀들이 키우기 버겁다며 늙은 부모에게 떠넘기거나 유기한 경우입니다. 작고 귀여울 때는 데리고 살더니 덩치가 커지자 시골에 개를 버리는 도시민들이 많은 겁니다.

보는 사람의 심장이 아플 만큼 귀여운 비글 남매. 진돗개 아빠의 얼굴도 닮은 듯하다.

넘치는 비글미! 11남매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사냥개 출신인 비글은 엄청난 활동량으로 악명이 높죠. 비글 11남매도 젖니가 돋아나자마자 제보자한테 달려와서 신발 끈, 손가락 등 닥치는 대로 물고 잡아당기는 중입니다. 견디다 못한 엄마 비글은 종종 제보자의 도움을 받아 달콤한 동네 산책을 떠난다고 하네요.

생후 1달 무렵 강아지들의 입에서 젖니가 자란다. 이가 근질근질해서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입에 넣고 보는 녀석들에겐 물고 당기는 장난감을 제공해주면 좋다.

"잠깐 타임, 엄마 힘들어 ㅜㅜ" 젖먹이 11마리가 쉴 새 없이 달려들자 엄마 비글도 지쳤다. 종종 제보자의 도움을 받아 휴가 겸 산책을 떠난다고.

바글바글 귀여운 비글 11남매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에 놀러 오세요! 아이들이 따뜻한 입양자를 만나는 그날까지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비글미가 가득한 11남매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 남매의 자세한 정보는 국민일보 포스팅(▶http://asq.kr/iweF75eBKcRlu) 및 제보자의 인스타그램(▶@beagle_happy_baby)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인스타그램 DM을 보내시거나, 아래 설문지를 작성해주세요. ▶http://naver.me/5Rrfb74g

- 입양자에게 책임비 5만원을 요청합니다. 시골 유기견의 중성화 및 비글 11남매의 돌봄에 전액 사용되며, 사용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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