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니 ‘빵빵’ 터진다…댓글영상의 마법 [청춘20㎞]

국민일보

함께 보니 ‘빵빵’ 터진다…댓글영상의 마법 [청춘20㎞]

입력 2020-10-17 08:13

[청춘20㎞]는 ‘20대’ 시선으로 쓴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요즘 청춘들의 라이프 트렌드를 담아낼 편집숍이죠. 20대의 다양한 관심사를 [청춘20㎞]에서 만나보세요.

노래 부른 주인공도 ‘왜 지금 유행했는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한 노래가 있다. 제국의 아이들의 ‘후유증’이다. 이 노래는 무려 8년 전인 2012년 발매된 노래인데 무대 영상이 최근 유튜브에 다시 뜨며 누리꾼들의 화제를 모았다. ‘후유증’ 영상은 무대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는 댓글을 구경하러 스크롤을 내릴 필요도 없다. 노래 영상에 댓글이 합쳐진 ‘댓글모음’ 영상이 6탄까지 나왔다.

이외에도 유키스의 ‘시끄러’ ‘만만하니’, 틴탑의 ‘향수 뿌리지 마’ 등 이른바 ‘숨듣명(숨어듣는명곡)’으로 유명한 곡도 유튜브에 이름만 치면 ‘댓글’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뜬다. 댓글모음 영상은 조회수가 100만회가 넘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망한 조별과제 느낌” “좋은 재료로 라면 끓였네” 등등 다른 사람들이 남긴 웃긴 댓글들까지 함께 엮어 영상으로 감상하는 것 또한 누리꾼들의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듯하다. 심지어는 댓글영상의 주인공이 등장해 팬들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본인 등판’ 콘텐츠도 생겨났다.


이제 댓글모음 영상은 아이돌 무대 영상을 넘어 영상 주제도 가지각색이 됐다. 실제로 tvN, JTBC, SBS 등 주요 TV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과거 콘텐츠에 달린 댓글을 재가공해 새로운 영상처럼 내놓아 쏠쏠한 재미를 얻고 있다.

탑골 히트작들도 벌떡 되살리는 마법의 장르 ‘댓글모음’ 영상. 왜, 무엇 때문에 볼까? 20대들에게 물어봤다.

댓글 이야기꾼들의 매력…“웃음 포인트 족집게처럼”

대학교 3학년 A씨(25)는 댓글모음 영상을 즐겨본다. 그는 “주로 ‘알고리즘’에 멱살이 잡혀 댓글모음 영상을 시청한다”며 “유튜브가 내가 구독한 채널과 관련한 관심사를 추천해주면 댓글모음 영상도 자연스럽게 추천 영상으로 뜬다”고 말했다.

A씨는 여태껏 본 댓글모음 영상 중 엠넷 ‘프로듀스48’ 경연 중 ‘붐바야(일명 ‘헬바야’)’ 영상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영상 속 멤버들은 하나같이 춤과 노래가 조금 엉성한 부분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묘한 중독성이 있다. 생각날 때마다 이 영상을 돌려본다는 A씨는 “헬바야 영상에서 웃긴 포인트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의 댓글이 영상에 뜨더라고요, 그게 딱 제가 웃기다고 생각했던 부분인데. 그래서 더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라고 설명했다.

댓글모음 영상은 웃긴 댓글을 정주행하기 위해 엄지로 스크롤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영상에 재미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화면을 보고만 있어도 자동으로 시간대에 맞는 멘트가 나온다.

걸스데이-여자대통령 댓글모음 영상 갈무리. 유튜브 '비디터' 채널

유튜브 '비디터' 채널 캡처

취준생인 B씨(27)도 유튜브 알고리즘에 댓글모음 영상이 뜨면 넘기지 않고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B씨는 댓글모음 영상을 보면 ‘내가 못 보고 지나쳤던 부분을 타임라인으로 알려주는 게 꼭 족집게 1타 강사들의 인강(인터넷 강의)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웃긴 포인트를 더 꼼꼼히 집어준다고 해야 하나? 자막이나 영상 주변부에 나온 다른 사람의 행동 같은 세세한 것에도 ‘이거 봐라’는 식으로 알려줘서 더 재밌다”고 했다.

대학교 4학년 C씨(26)는 “똑같은 동화를 들려줘도 말을 잘하는 사람이 하면 더 재미있는 것처럼 댓글모음 영상도 그런 것 같다”고 답변했다. 베스트 댓글이 된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다. 그런 ‘이야기꾼’들이 얘기한 재밌는 내용만 쏙쏙 모아서 영상으로 만드는 거니까 재밌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C씨는“영상에서 사람들이 댓글로 말을 너무 재미있게 한다. 사실 그냥 영상만 봤다면 그렇게 웃기지 않았을 것들도 댓글로 서로 공감하면서 보니 재밌어진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댓글로 댓글 받는 20대 유튜버
‘댓글모음’ 영상 제작자인 20대 유튜버 ‘비디터’씨에게 몇 가지 물어봤다. 그는 가수들의 무대 영상을 중심으로 댓글영상 채널을 운영해 첫 영상 업로드 이후 3개월 만에 구독자 3만명을 모았다.

어쩌다 채널을 운영하게 됐냐는 물음에 그는 “학교에서 잠깐 영상편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직접 해보니 재밌었다. 이후 집에서 혼자 서툰 실력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반응이 궁금해서 유튜브에 올렸다”고 첫 계기를 밝혔다.
유튜버 비디터가 올린 첫 영상 '틴탑-향수 뿌리지 마' 캡처

이어 “첫 영상인 틴탑의 ‘향수 뿌리지 마’ 댓글모음이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조회수 78만회)이 뜨거웠다. 연이어 업로드한 댓글모음 영상들도 반응이 좋길래 ‘이 방향으로 가볼까?’ 해서 지금까지 채널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나의 영상을 편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느냐는 물음에 비디터는 편집 초기에는 2시간에서 길면 3시간 정도 걸렸지만, 요즘은 편집에 욕심이 생겨 더 공을 들인다고 답변했다. 그는 “영상 자료를 많이 사용하려고 하다 보니까 영상 하나 편집하는데 기본 4~5시간 이상은 되는 것 같다. 특히 한 댓글모음 영상은 10시간 이상 걸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레전드 영상과 댓글 선정 기준도 궁금했다. 비디터씨는 “영상은 주로 무대에서 멤버 원샷이나 흔치 않은 안무 실수, 장난 등 매력적이게 보이는 부분을 넣으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음악방송을 날짜별로 분류해서 하나하나 가져와서 편집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직캠(밀착 영상) 영상을 많이 활용하는데 멤버들의 동선이나 춤선을 보여주고 싶을 때는 풀캠(전원 다 나오는 영상) 개인 직캠을 넣으면 더 예뻐 보인다”며 사진을 한 장 보냈다.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영상을 날짜, 방송사, 포인트 식으로 이름을 수정하고 킬링파트를 일일이 구별해 편집한다고 한다.
비디터씨가 보내준 영상 분류 방법 예시 사진.

댓글모음 영상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댓글은 35~60개 정도라고 한다. 기준도 명확하다. 재미있고 웃긴 댓글, 공감되는 댓글,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댓글,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는 댓글 위주로 많이 선정된다.

비디터씨는 자신의 채널에 달리는 댓글은 내용도 가지각색이라고 했다. 그는 ‘영상이 재밌다’는 반응, ‘잠 안 자냐’는 걱정, ‘편집 잘한다’는 칭찬, ‘영상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격려 등을 보며 힘이 난다며 “앞으로도 구독자들과 댓글로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댓글로 인한 애로사항도 있다. 비디터씨는 혼자 채널운영과 편집을 병행하기에 24시간 댓글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때문에 악플이나 스팸 댓글을 미처 지우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게 가장 난감하다. 한번은 밥을 먹고 온 사이 100개 넘는 홍보성 스팸 댓글이 달려 지우느라고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역시 가장 힘이 되는 것 또한 댓글이다. 그는 한 달 전 채널을 운영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영상을 올리고 자려던 참에 ‘좋은 가수를 알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장문의 댓글이 달린 것이다. 비디터 씨는 그 댓글을 읽고 나서 설레고 뿌듯해 한동안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나서 달리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재밌고 좋은 영상 많이 올릴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무분별한 악플은 되도록 삼가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너도 웃기냐" "나도 웃기다"… 공감의 마법
유튜브 캡처

댓글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또 그 영상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가장 큰 동력은 역시 ‘함께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영상을 보는 사람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면 재미가 배가 된다.

‘후유증’ 댓글모음 영상이 6탄까지 나온 이유도 그런 이유다. 영상을 보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사람들은 또 언제든 등장해 댓글로 추억을 회상하고, 자신만의 발견을 공유하고, 웃겼던 부분에 타임라인을 설정해줄 거다.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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