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한 여당 의원

국민일보

한은 총재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한 여당 의원

입력 2020-10-17 07:40 수정 2020-10-17 07:42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정부가 마련한 재정 준칙과 관련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다”고 반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 “재정준칙에 대한 생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국감에선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서 재정준칙 도입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야당은 정부의 재정준칙이 느슨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했다.

박 의원의 질문에 이 총재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보면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 위기가 회복됐을 때를 생각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에 여당의원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중에서도 도마 위에 오른 건 양경숙 의원의 발언이다. 양 의원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엄격한 재정준칙이 동시에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이런 민감한 시기에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독립기관인 한은 총재까지 나서 논란과 분란을 일으키는 데 기름을 붓고 있다”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다”고 날을 세웠다.

“재정준칙을 만들지 말자는 게 아니라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한 양 의원은 “국채 발행 최소화 등 구체적인 대안을 우선적으로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이날 한은이 물가 관리와 경제 전망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21대 비례대표에 당선된 양 의원은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같은당 박홍근 의원도 “IMF(국제통화기금)도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의 경우 경제회복을 제한할 수 있는 재정준칙을 점진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며 “경제적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불확실한 시대인데 굳이 지금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하는 게 적절하냐”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의 지적에 이 총재는 “재정준칙이 무조건 엄격해야 한다고 한마디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위기 요인이 해소되면 평상시에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실상 재정준칙과 관련한 견해가 IMF가 평가한 것에 부합하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총재를 옹호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옹호했고, 서병수 의원도 “곤혹스러우시죠”라고 말한 뒤 “한은 총재로서 정치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그런 목소리를 앞으로 강하게 내달라”고 요청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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