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도 못잤다”던 택배노동자 사망… 한진 “지병 탓”

국민일보

“한숨도 못잤다”던 택배노동자 사망… 한진 “지병 탓”

입력 2020-10-19 14:32 수정 2020-10-19 14:42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택배노동자 고 김 모씨가 사망하기 4일 전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무량이 급증한 택배 업계에서 30대 택배 노동자가 또 숨졌다. 올해 들어 10번째 택배노동자 사망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측은 ‘지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입장이다.

19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모(36)씨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책위는 “36세의 젊은 나이로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숨지기 4일 전인 지난 8일 새벽 4시28분 동료에게 ‘집에 가면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정리(분류작업)를 해야 한다. 너무 힘들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책위의 과로사 주장에 대해 한진택배 측은 “김씨가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개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대기업 택배사 규탄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 호소하는 택배 소비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추모 국화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그러나 대책위는 김씨가 지병을 앓기는커녕 복용하는 약도 하나 없었고, 그가 추석 연휴 전주에 배송한 택배 물량은 하루 200∼300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진택배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보다 1명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이 더 넓기 때문에 한진택배 노동자가 200개를 배송하는 시간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300∼400개 물량을 소화하는 시간과 비슷하다는 게 대책위 설명이다.

대책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김씨 유가족과 함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김씨의 동생은 울먹이며 “형이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간 기록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형의 죽음을) 인정할 텐데 (형은) 지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병, 적은 택배 물량 등 한진택배 측 발언을 듣고 정말 분노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택배노동자들이 이렇게 계속 사망하는데 그냥 놔둘 것인가”라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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