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도 우려했는데…방사청, 수리온에 유리한 의견 냈다

국민일보

[단독] 軍도 우려했는데…방사청, 수리온에 유리한 의견 냈다

입력 2020-10-21 00:02 수정 2020-10-21 00:02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 헬기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핵심 근거로 쓰일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생산하는 수리온에 유리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그동안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독립적인 기관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차세대 헬기사업에서 블랙호크(UH-60)의 성능개량을 할지, 수리온을 신규로 도입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혀왔었다. 실제 연구용역 결론까지 산업 파급효과 측면에서 수리온 도입이 유리하다는 쪽으로 기울면서 방사청이 KAI를 밀어주기 위해 국책 연구기관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산업연구원의 ‘헬기 성능개량 사업의 산업 파급효과 분석’ 연구용역 관련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열린 사업 중간보고 회의에 방사청 헬기 사업 관련 담당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수리온 성능개량의 범위 및 비용 산정과 관련해 방사청이 조정안에 제시한 대로 ‘경미한 성능개량’만을 계수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수리온의 단가도 KAI가 그간 대당 투입 비용이라고 밝혀왔던 240억원을 그대로 활용하자고 밝혔다.

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합동참모본부는 오히려 방사청의 이런 의견 제시에 대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참은 “(방사청 주장대로 경미한 성능개량) 수준이라면 ‘수리온 성능개량’이라는 표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성능개량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리온 납품 단가 240억 확약 같은) 정책적으로 판단할 사항을 연구 결과에 담는 것은 연구기관에 부담을 주는 사항으로 판단된다. 감사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보고서에 담을지는 연구원(산업연)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4월 28일 열린 연구용역 착수 보고회에도 방사청의 헬기사업 담당자가 참석해 연구의 핵심 변수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연구용역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이 이날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회의록에서 방사청 관계자가 지속해서 연구용역 관련 회의에 참석해 수리온에 유리할 수 있는 발언을 계속 했다”고 질의하자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해당 내용들을 처음 본다”고 답했다. 왕 청장은 “여러 기관이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들을 참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구용역에 대해서도 자세히 모르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연의 ‘헬기 성능개량 사업의 산업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는 연구 배경으로 “방위사업청은 생산 및 일자리 창출 효과를 포함한 산업 파급효과 분석을 추가적으로 요청했다”고 명시됐다. 산업연의 연구용역이 경제성 분석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방사청의 요청에 따라 시작됐다고 밝힌 셈이다.

한 의원은 “합참이 향후 감사를 우려할 만큼 방사청은 지속해서 수리온에 유리한 연구 결과가 나오는 방향으로 의견을 표했다”며 “방사청이 원하는 대로 비용과 성능, 전력화 시기 등 모든 것이 부족한 KAI의 수리온 헬기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소요 군의 필요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방사청이 오히려 방산비리의 몸통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산업연구원 안모 방위산업연구센터장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고문위촉 계약서 일부.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

한편 산업연은 KAI 고문을 지낸 산업연의 안모 방위산업센터장이 차세대 헬기사업 관련 연구용역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민일보 보도(2020년 10월 20일자 1면 등 참조)에 대해 “해당 센터장은 KAI의 자문위원 역할로 대외 활동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산업연은 “안 센터장은 KAI와 계약을 맺고 고문으로 근무한 적이 없다. 주로 수출산업화, 조직 구조개편, 4차 산업혁명 대응 다각화 등의 자문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산업연이 규정하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대외 활동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의원실이 입수한 안 센터장의 KAI ‘고문위촉 계약서’에는 “KAI와 안 센터장은 고문을 위촉함에 있어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계약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KAI는 안 센터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안 센터장은 KAI를 위해 KAI가 요청하는 경영자문 업무를 수행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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