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주사 맞고 몇명 사망했나, 알려줘야 공포 진정된다” [인터뷰]

국민일보

“독감주사 맞고 몇명 사망했나, 알려줘야 공포 진정된다” [인터뷰]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입력 2020-10-22 00:05 수정 2020-10-22 00:05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감 백신을 접종한 10대부터 80대까지 전국 각지에서 사망 사건이 보고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접종이 확대된 계절성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사망 사례가 총 9건이 보고돼 그중 8건에 대해 역학조사와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3명에 이어 이날 하루에만 6명이 추가로 숨지는 등 사태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한편에서는 과거 독감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됐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족한 정보가 불필요한 ‘독감 백신 포비아’를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다.

국민일보는 번지는 백신 공포에 대해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봤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백신과 사망자 사이의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 등 관련 정보까지 상세하게 공개해야 막연한 공포가 줄어들 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천 교수와의 일문일답.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대목동병원 홈페이지 캡처

-독감 백신을 맞고 숨진 이들이 벌써 9명(이날 오후 5시 기준)이다. 사람들이 막 죽어 나가는데 이게 진짜 큰일이 난 건가, 아니면 언론이 보도해서 커진 건가. 과거에는 이런 일이 없었던 건가.

“초반에 백신 관리 문제가 생겨서 불안감이 더 커진 건 맞다. 하지만 백신을 맞고 몇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정부가 제대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인과관계를 알려주는 게 맞다. 가령 매년 독감 주사를 맞은 뒤 (특정 질환 등을 가진) 몇 명이 사망했다는 식의 정보가 주어질 경우 사람들은 스스로 ‘나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 맞겠다’ 등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누군가는 ‘아, 나는 기저질환이 있는 80대니까 독감 백신을 꼭 맞아야겠구나’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도리어 백신을 맞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 무리한 상태에서 백신 맞으면 되레 지금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을 텐데 지금만 언론에서 떠드는 건지, 아니면 과거에 이런 사례가 전혀 없어서 뉴스가 없었던 건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과거에는 어느 시기에 몇 명 정도가 독감백신 때문에 문제를 겪었고, 그런 이들이 각각 어떤 질환을 앓았고 등등 세부 내용을 알리면 국민은 ‘아 그럴 수 있구나. 고령자라고 해서 독감 백신을 무조건 맞아선 안 되겠구나’라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지금은 대다수가 불안해도 무조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청장은 21일 “2009년도 이후 지금까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뒤 사망한 것으로 25건 신고가 들어왔는데, 이 중 이상 반응이 있다고 인정된 사례는 1건”이라며 “그 외 사례에 대해선 대부분 기저질환과의 연관성이 확인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독감백신에 대한 공포가 번지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가 전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이 잇따른 이유는 뭘까.

“섣불리 원인을 말하기 어렵고, 부검 등을 통해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이 과정을 거쳐서 백신과의 연관성이 없는 건지 하루빨리 결과를 명확하게 발표해줘야 한다. 문제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생긴 상황에서 계속 사망자가 나오니 더욱 사람들이 불안해한다는 점이다. 주로 무료접종을 시행하면서 연세가 많은 분을 중심으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애초 정부는 상온에 노출된 백신 가운데 일부 효능이 떨어진 물량만 수거했다. 불안감을 키운 요인이 됐는데.

“애초 상온에 노출된 백신은 지금이라도 모든 물량에 대해 접종을 전면 중단했으면 좋겠다. 유료 백신 접종을 하면서도 무료 접종분이 섞인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가지는 상황이다. 조사결과 사망자와 백신주사 사이에 전혀 인과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고, 앞으로 사망자가 더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 재개를 다시 고려해보는 게 맞다. 그래야 국민 입장에서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또 백신을 맞을 때 제조사와 어떤 제품인지 아는 건 국민의 권리다.”

21일 오전 제주의 한 민간의료기관에서 접종 후 버려진 인플루엔자 백신 주사기들의 모습. 연합뉴스

-개연성을 따져볼 때 인천 17세 고교생 사례가 특이하다. 알레르기비염 말고 앓던 지병도 없었다.

“왜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졌는지 정말 안타깝다. 부검으로 정확히 확인해봐야 한다. 그런데 이 학생이 부정맥 같은 질환이 없다면 (기저질환 때문이라는) 설명이 어렵게 된다. 혹시 감염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백신을 맞은 건지, 코로나19에 감염된 무증상 상태에서 접종한 건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번 사망자분들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해봐야 한다. 정부가 부검 결과를 빠르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의료진으로서도 굉장히 궁금하다.”

-내일도 누군가는 독감 백신을 맞는다. 주의사항을 설명해 달라.

“독감 접종은 몸 상태가 가장 최적일 때 하는 게 좋다. ‘열이 없을 때 맞는다’가 아니라 열이 없어도 몸이 피곤하거나 식욕이 없으면 맞아선 안 된다. 접종한 날은 집에서 편히 쉬시고 샤워나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혹시라도 발열이 심하게 있거나 숨이 차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이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백신을 맞으면 안 되는데 무료접종 기간이다 보니 의료기관에 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굳이 지금 몸이 좋지 않은데 기간을 지키려고 무리해서 맞지 않도록, 무료접종 기간이 지나도 나중에라도 맞을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와 홍보도 필요하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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