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 때보다 더 나빠졌다…서울 전세 공급난 ‘최악’

국민일보

[단독] 박근혜 때보다 더 나빠졌다…서울 전세 공급난 ‘최악’

전세수급지수,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다는 뜻
김현미 아직도 “과장 보도”…대책 마련 쉽지 않을 듯

입력 2020-10-24 00:02

서울의 전세 공급난이 2015년 박근혜정부 시절을 뛰어넘어 ‘최악’을 기록했다. 정부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전세수급지수가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전세난도 4년9개월 만에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뒤늦게 전세난을 해결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묘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전세 시장에 대한 정부 내 인식이 엇갈려 일관된 대책 마련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박근혜정부 뛰어넘은 ‘공급 부족’ 지수

24일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 전세수급동향(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26.1로 ‘수요 우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이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종전 최고치는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10월 19일 125.2였다. 약 5년 만에 가장 극심한 전세난이 서울을 덮친 셈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일 경우 수요와 공급이 같은 상태로 시장이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어 200에 가까워질수록 공급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공급 부족으로 시장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8월 17일 118.4, 8월 24일 117, 8월 31일 116.4로 소폭씩 하락하며 수급 균형을 찾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7일 117.5로 다시 반등하며 불균형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달 14일 117.6, 지난달 21일 117.5, 지난달 28일 119로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상승 폭을 확대해 지난 5일 121.4, 12일에는 124.5를 기록했다.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난 탓이지만 서울의 ‘매물 잠김’ 현상이 끝나지 않으면서 수요 우위 상태가 심화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기존 전세계약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신규 전세 물량의 씨가 마른 것이다. 여기에다 3기 신도시 등의 공급계획으로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려는 수요도 많아지면서 매물 부족 상태는 더 빠르게 진행됐다.

서울 전세난, 전국 현상으로 퍼지고 있어

더 큰 문제는 서울의 전세난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기준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112.8을 기록하며 서울과 마찬가지로 수요 우위 상태를 기록했다. 2015년 12월 28일 113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공급 부족 상태가 전국적으로도 4년9개월 만에 최악인 셈이다.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5월 들어 94.8을 기록한 이후 매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29일에는 100.4를 기록하며 수요 우위 상태에 접어들었고, 이후 쭉 상승하며 공급난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의 10월 3주 차(지난 1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1%로 전주(0.16%) 대비 0.05%포인트 커졌다. 5년 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지방의 전셋값도 0.21% 오르며 전주(0.16%)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7년 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며 전세난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던졌다.

정부 ‘전세 대책’ 찾는다지만…묘책 내놓기 어려워

정부는 뒤늦게 전세난을 해결할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정책 효과가 시장에서 나타나기까지 일부 시차가 있어 최근의 전셋값 상승 및 전세수급지수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에서 그나마 위기감을 인식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작은 대책이든 큰 대책이든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관계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열린 비공개 당정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전세난 해결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2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전세난을 해결할 뚜렷한 묘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선 우세하다. 홍 부총리도 이날 “(전세대책으로)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조치와 충돌해 손쉽게 채택을 못한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국감에서도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가격 제한조치 등 전세대책을 검토하고 있느냐”고 묻자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대책을 다 검토해봤다. 뾰족한 단기대책이 별로 없다”고 답했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까지 줄고 있어 내년까지 전세난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서울의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45%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전세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26만5594가구로 올해보다 26.5%(9만5726가구) 감소한다. 서울만 보면 내년 입주 물량은 2만6940가구로 올해(4만8758가구)보다 44.7%(2만1818가구) 급감한다. 내년 입주 물량이 사실상 올해의 ‘반토막’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부처 간 전세 시장 인식 '불협화음' 여전

부처 간 현실 인식이 충돌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기재부가 대책을 찾겠다고 나섰지만,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여전히 전세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9·13 대책 이후 2019년 초반에 금리가 안정적이고 (집값도)하락 양상 을 보였는데, 2019년 중반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부동산 시장이)상승기로 다시 접어들었다“며 전셋값 상승 등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을 저금리로 돌렸다.

김 장관은 또 ‘아실’이란 사이트에선 오히려 전세 물량이 늘었다는 소병훈 의원의 발언에 동의를 표하며 “지금 데이터들이 계속 쌓이는 과정이라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전세가 줄어든 것은 통계수치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이어 “계약갱신 사례가 늘고 있고, 전셋값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숫자상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임대차3법이 전세 물량부족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대해선 “일정 부분 공급이 줄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보지만 똑같이 수요도 줄었기 때문에 양측을 다 봐야 한다. 국민이 과장 보도에 현혹되지 않도록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장관은 전세난 해결을 위해 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기재부와 논의하겠다며 대책 방향성을 일부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세액공제 등을 통해 세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에 대해 공감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재정 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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