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차 치여 19개월 딸 두고 떠난 엄마 경찰…다른 사람 위해 장기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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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차 치여 19개월 딸 두고 떠난 엄마 경찰…다른 사람 위해 장기 기증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홍성숙 경사에 공로장과 감사장 전달

입력 2020-10-25 12:31 수정 2020-10-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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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귀가 중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홍성숙 경사의 유가족들이 홍 경사 초상화를 들고 있다. 홍 경사 유가족들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다른 환자들을 위해 장기를 기증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두 달 전 음주운전 차량에 들이 받혀 뇌사상태에 빠진 고(故) 홍성숙 경사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장기를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운동본부)는 지난 22일 홍 경사의 유가족에게 공로장과 감사장을 전달했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용인서부경찰서 수사과 소속이었던 홍 경사는 지난 8월 결혼 14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을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났다. 귀가하던 홍 경사의 차를 음주운전 차량이 들이받는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연명 치료가 의미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가족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당시 홍 경사 차량을 들이받은 20대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49%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달식에 딸과 함께 참석한 홍 경사 남편 안치영씨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 장기기증을 하자고 아내와 얘기했다”며 “아내의 바람대로 누군가의 삶 속에서 생명이 꽃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어려서 엄마가 떠난 사실조차 모른다”며 “딸이 크면 엄마가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꼭 얘기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운동본부와 경찰청은 지난달 29일부터 홍 경사 사연을 SNS와 블로그, 경찰청 인트라넷을 통해 알렸다. 동료 경찰과 시민들은 온라인상에서 홍 경사를 추모하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홍 경사의 뜻을 이어 장기기증 신청에 나서겠단 동료 경찰관의 글도 잇따랐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범죄예방교육을 하던 홍성숙 경사의 생전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2007년 순경 공채로 임용된 홍 경사는 주로 청소년 선도와 가정폭력 예방 업무를 맡아왔다. 일주일에 10번 넘게 학교 강의를 나가는 등 고된 일을 마다지 않고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일했다고 한다. 동료들은 그런 홍 경사를 13년 동안 경찰로 재직하며 아이들과 여성 피해자에게 편하고 듬직하게 다가간 ‘동네 언니’로 기억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