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거 맞고 잘못될 수 있는가… 걱정되는 ‘백신 불신’

국민일보

뭐야, 이거 맞고 잘못될 수 있는가… 걱정되는 ‘백신 불신’

입력 2020-10-26 18:07
만 62세~69세 어르신을 대상으로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특별시동부병원 독감 접종 창구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최근 독감 예방접종 후 잇따르는 사망 신고와 관련해 백신과 인과성이 매우 낮다며 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윤성호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가 급증하면서 백신에 대한 공포와 불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백신에 대한 기본적인 ‘저항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대로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향후 다른 감염병 방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내년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도입될 때까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질병관리청은 26일 0시 기준으로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 신고 된 사례가 59명이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사망 사례 중 46명에 대해 역학조사, 부검 등을 진행한 결과 백신과 사망 간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기저질환이 악화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고 대동맥 박리, 뇌출혈, 폐동맥 혈전색전증 등 전혀 다른 사인이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방역 당국은 연일 “독감 백신과 사망 간의 연관성은 아직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백신에 대한 불안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온 노출부터 백색 입자 발견, 사망 의혹 등 독감 백신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자칫 다른 감염병의 백신 접종률에도 영향을 미칠까봐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축에 속한다. 백신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저항도 적은 편이었다. 독감의 경우 매년 접종률이 70%에 달하고, 홍역 예방접종률도 97~98%에 이른다. 2018년 어린이 예방접종률은 평균 97.2%였다.

그러나 이번 독감 백신 사태를 계기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전반적인 의심이 커지고 있다. 백신의 안전성, 효과성에 대한 의심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경제적으로 성장 중인 국가는 백신을 활용해 감염병을 퇴치하는데 국민들이 동의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득 수준이 높고 건강에 관심이 많은 국가일수록 백신 접종의 단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컸다.

2018년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웰컴 글로벌 모니터(Wellcome Global Monitor)’가 140개국 1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백신의 안전성에 동의하지 않았다. ‘백신이 안전하다’고 믿는 전세계 평균 비율은 61%였다. 동아프리카(81%), 남아시아(85%) 등은 이를 훨씬 웃돌았다. 반면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58%), 북미(48%), 북유럽(44%), 서유럽(36%) 등 선진국은 이 비율이 비교적 낮았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3명 중 1명꼴(33%)로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봤다. 조사대상국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프랑스인은 백신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가장 회의적이었다.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어린이에게 백신 접종은 중요하지 않다’는 비율도 10%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보,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백신 접종을 기피해선 안 된다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WHO는 “백신 예방 접종은 치명적인 감염병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은 전세계가 퇴치에 성공했던 홍역을 부활시키기도 했다. 미국에선 18년 만에 홍역이 부활했고, 유럽은 2017년과 2018년 사이 홍역 환자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국에서는 20년 전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백신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90년대 후반 92%에 달하던 잉글랜드의 홍역 예방접종률은 2003년 4분기 80%까지 떨어졌다. 당시의 영유아 중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이들이 성인이 돼 홍역에 걸리는 비율이 최근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통해 감염병을 예방하지 않을 경우 일부 환자들은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로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역은 대부분 가볍게 앓다 지나가지만 폐렴이나 수막염, 뇌 염증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독감도 마찬가지다. 이동한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고령자 등 고위험군은 평소에 잘 지내다가 며칠 만에 상기도염, 감기 증상을 앓다가 사망하기도 한다”며 “암, 뇌졸중 등 중증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도 말기에 독감에 걸려 폐렴으로 이어져 사망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전했다.

백신 불신 현상은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신뢰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백신은 일반적인 백신 개발 과정보다 단시간에 이뤄지고 있어 임상시험이 충분치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개발이 되더라도 백신을 맞기 꺼려진다는 말도 나온다. 임상시험 도중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시험이 중단된 사례도 잇따라 보고됐다.

백신에 대한 우려는 크고 신뢰는 떨어진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정부는 우리 국민의 60%가 맞을 수 있는 양(3000만 도즈)만큼 국외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선구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백신을 도입할 것인지는 고심 중이다. 방역 당국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검증해 도입 백신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백신을 개발하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이상 반응으로 (임상시험이) 중단되기도 하므로 최종 임상 종료까지 좀 더 시간을 두고 모니터링하면서 보겠다”고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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