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골수이식위해 낳은 동생”…인도 ‘구세주 아기’ 논란

국민일보

“오빠 골수이식위해 낳은 동생”…인도 ‘구세주 아기’ 논란

형제자매 치료 위해 유전자 조작한 동생 ‘구세주 아기’
“가족 건강지킨 수단” vs “생명윤리 위협” 논란

입력 2020-10-27 17:57 수정 2020-10-27 17:58
인도의 '구세주 아기' 카비야. BBC 제공

인도에서 아픈 7살 아들의 치료를 위해 동생을 낳아 골수이식을 시킨 부모의 사연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아이가 형제·자매의 치료에 쓰일 인체 기관이나 세포를 얻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해 낳는 이른바 ‘구세주 아기’여서다.

2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인도에서 태어난 카비야 솔랑키는 생후 18개월이 된 지난 3월 일곱 살 오빠 아비지트에게 자신의 골수를 이식했다.

아비지트는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 기능에 장애가 있는 ‘지중해빈혈’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비지트는 자주 수혈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면역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어 각종 합병증을 달고 살아야 했다.

아버지 솔랑키는 “아비지트는 20일~22일마다 350㎖에서 400㎖의 혈액이 필요했다. 6살 때 이미 80번의 수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던 솔랑키는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골수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를 포함한 가족들의 골수는 아비지트에게 이식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미국의 한 병원에서 아비지트에게 골수를 이식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지만, 가족은 수술비 500만 루피(약 7645만원)를 마련할 수 없었다. 성공률이 최대 30%란 사실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솔랑키는 지난 2017년 우연히 ‘구세주 아기’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게 됐다. 몸에 심각한 유전병이나 문제가 있는 형제·자매의 치료에 필요한 신체기관이나 세포를 이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었다.

솔랑키 부부는 인도의 저명한 불임 전문가인 뱅커 박사를 찾아가 아비지트의 치료를 위해 ‘지중해빈혈’이 없는 아기를 낳게 해달라고 설득했다.

뱅커 박사는 솔랑키 부부의 바람대로 배아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술을 활용, ‘구세주 아기’를 탄생시켰다. 아비지트의 치료에 적절한 배아를 탄생시키는 데만 꼬박 6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솔랑키의 부인은 딸 카비야를 출산했다.

솔랑키는 “골수 이식을 위해 카비야의 체중이 10~12㎏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실제 이식은 3월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식 후 7개월이 지났고 아비지트는 더는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11을 넘어섰고, 의사들은 아비지트가 완치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골수를 이식해 준 카비야도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솔랑키는 카비야가 가족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아이들보다 카비야를 더 사랑한다. 카비야는 아비지트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의 구세주다”면서 “우리는 영원히 카비야에게 감사할 것이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구세주 아기’로 태어나 오빠에게 골수를 이식해 준 카비야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도에서는 생명윤리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인도의 기자 겸 작가 나미타 반다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규제 시스템은 강하지 않고, 이를 허용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 체계다. 적어도 의료 전문가와 아동 인권 운동가들의 공개 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솔랑키는 “가족이 아닌 사람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는 “모든 부모가 건강한 아이를 원하고, 자녀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자 한다”며 자신의 선택은 비윤리적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유전자를 조작한 카비야가 태어나게 한 장본인인 뱅커 박사도 “기술을 사용해 질병이 없는 아기들을 만들 수 있다면 해서는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고 반문했다. 이어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을 식별하기 위한 검사가 1970년대부터 이어져 왔고 유전자 조작은 그 ‘다음 단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수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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