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질산염 판매처 80곳 이상, 청소년도 쉽게 구매 가능했다

국민일보

아질산염 판매처 80곳 이상, 청소년도 쉽게 구매 가능했다

입력 2020-10-28 11:19 수정 2020-10-28 11:31
아질산염

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이틀 뒤에 사망한 인천 고등학생 A군의 사인이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 중독으로 밝혀진 가운데 경찰 조사 결과 아질산염은 판매처가 80곳 이상에 달하는 등 청소년도 쉽게 구매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창수 PD는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10대의 사인과 이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밝혔다.

유 PD는 아질산염에 대해 “독극물로 분류돼 있지는 않지만 다량을 복용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 물질”이라며 “일반 성인의 경우 4g 정도 복용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전했다.

이어 유 PD는 수사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사망 원인은 아질산염 음독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며 수사 관계자의 음성이 담긴 녹취본을 들려줬다. 수사 관계자는 “몸에서 치사량의 아질산염이 나왔다. 위하고 혈액에도 나왔다. 음식으로 섭취한 게 아니고 그냥 음독한 거로 알 정도로 위 상태도 그렇게 돼 있다”고 전했다.

국민 DB,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었다. A군이 실수로 음독한 것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특히 경찰은 유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재한 청원 내용과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생전 A군에게서 우울증이라든지 극단적 선택의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A군의 사인은 자살이 아닐 수 있다는 유가족의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고 봤다.

경찰은 이를 판단하기 위해 A군이 사용하던 PC 등에 대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유 PD는 취재 결과 “A군이 직접 아질산염을 구매하고 결제까지 했고 또 제품을 수령한 것까지 확인이 됐다”며 “경찰이 판매업체를 방문해 A군에게 판매한 내역을 확인했고 A군이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아질산염은 청소년들이 어려움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아질산염을 판매하는 업체도 80군데가 넘었다. 유 PD는 수사 관계자와 나눈 대화 녹취본을 통해 “아질산염을 저희가 카드로 결제를 해서 구매해봤다. 파는 곳이 80군데가 넘게 있다”고 전했다.

유 PD는 “어떻게 구했는지, 또 경찰이 어떻게 구매해서 확인을 했는지는 모방 가능성 우려 때문에 밝히지 않기로 했다”며 자세한 구매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위험하게 쓰일 수 있는 물질을 구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는 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아질산염이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도구로 알려져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 PD는 “국과수의 논문을 보면 최근에 유행 비슷하게 이거(아질산염)를 먹고 사망하는 사례가 보인다. 청소년들 사이에. 그런 논문을 저희가 받았다”는 수사 관계자의 말을 통해 일반인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물질은 아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청소년들 사이에 이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유 PD는 방송 말미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깊이 취재했던 것도 유족들과 같은 의문에서 출발했던 것”이라며 “유족 입장에서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취재 결과 저희가 내린 결론은 적어도 A군의 경우에는 독감 백신과 관련성이 없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현정 앵커는 “사인이 (아질산염 중독이라고) 발표가 됐는데 불안감은 더 커지고 여러 가지 설은 더 도는 상황이 되자 저희가 정확하게 취재하고 알려드려야겠다는 결론을 갖게 됐다”며 취재 내용을 공유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유족이 청원을 올린) 시점은 그 (조사 결과가) 정확하게 다 나오기 전의 시점”이라며 유족들을 향해 “무리한 비난이라든지 악플, 이런 것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남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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