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정치인서 파이터로” 국감장 달군 그녀, 류호정 [인터뷰]

국민일보

“원피스 정치인서 파이터로” 국감장 달군 그녀, 류호정 [인터뷰]

“노동자 기사 한줄 안나는데…내 옷에 쏟아진 관심 이용할 것”
“삼성 저격수 달갑지 않아…갑질 문제도 관심 가졌으면”

입력 2020-10-31 07:33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평균(남성 83%·평균 나이 54.9세)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이다. 올해 나이 28세.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이자 ‘17% 소수자’ 여성이다. ‘국회의원 6명’ 소수정당 소속인데다 대한민국 이념지형으로 따져도 소수파라 할 수 있는 진보정당 소속이기도 하다.

마이너 중의 마이너. 그런 그는 21대 국회가 문을 연 지 반년도 안 된 지금,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 됐다. 시작은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조문 파문이었다.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공개 천명한 류 의원의 조문 거부는 여권 지지층의 압박에 흔들린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선명하게 대비됐다. 8월에는 붉은 원피스 한장으로 여의도 꼰대 문화를 들썩이게 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책보다는 정치가 난무한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도 류 의원은 단연 눈에 띄었다. 류 의원은 삼성전자 임원이 국회를 기자 출입증을 가지고 드나든다는 사실을 밝혀내 삼성의 사과를 받아냈다.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에 대해서도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가히 ‘삼성 저격수’의 탄생이었다. 야당의 칭찬도 받았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류 의원을 국감의 베스트 의원으로 꼽기도 했다.

여의도 정치라는 이름의 꼰대 문화에 맞선 발랄한 원피스의 청년으로, 작업복을 입고 노동자 권리를 말하는 투사로, 국감장에서 고성 대신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직업 정치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선명히 각인시킨 류 의원을 국감이 끝나기 직전인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이번 국감에서 빛나는 활약으로 삼성 저격수라는 칭찬까지 들었다

“주변에서 국감이나 상임위 활동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해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준비했다.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거 같다. 마무리까지 열심히 달려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삼성 저격수라는 타이틀은 그렇게 달갑지 않다.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면 ‘할 일을 했다’ 이런 말을 듣는데 삼성과 붙으면 저격수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는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삼성 이슈에 다른 중요한 내용이 묻혀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에 대해서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실 거라고 기대했는데 막상 국감 후 그 이슈에 관한 기사는 많지 않고 호통치는 부분만 많이 나왔다. 그 부분이 아쉽다. 대기업 갑질 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를 했었다.”

-임기 시작 전후로도 원피스, 조문 거부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느 것도 의도 없이 한 것은 없다. 시민과 연대하겠다, 그리고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함을 깨겠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겠다는 취지가 있었다. 또 내가 해야 할 역할 중에 정의당 의원으로서 정의당다운 행동을 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청년 정치인으로서 여성과 청년의 삶을 공론장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원피스를 입었을 때 성희롱성 발언이 내게 쏟아지지 않았나. 그런 현상들이 여성 청년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그것도 내 역할이라고 믿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월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모습(왼쪽)과 지난 15일 국정감사에 배선 노동자의 작업복을 입고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번 국감에서 작업복을 입고 나온 적도 있다

“노동조합에서 내가 선전홍보부장이었다(류 의원은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를 거쳐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일했다). 투쟁하는 사업장들에 대한 소식을 내가 알렸는데 규모 작은 사업장,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투쟁은 기사 한 줄 나기가 정말 어려웠다. 단식하고 공중에 매달리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그런 불행이 발생하지 않으면 기사 한 줄이 안 나더라. 근데 국회에 왔을 때 내가 옷만 입으면 현장의 소식을 좀 더 용이하게 알릴 수 있었다. 내용은 준비된 상태에서 홍보를 어떻게 할지 논의할 때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노동자가 사장과 1대1로 대화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노동자복을 입고 대변한다는 그런 취지도 있었다. 옷을 전해 준 노동자 분들은 굉장히 좋아했다.”

-민주노총은 40~50대 조끼 입은 남성, 국회는 50~60대 정장 입은 남성이 떠오르는 공간인데 그런 곳에서 젊은 여성으로 일해온 소감은

“국회는 50대 중년 남성, 검은 정장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스테레오타입이 하나 있었고 노동조합이라는 곳도 중년 남성이 조끼를 입고 머리띠를 하고 화난 모습이 스테레오타입이다. 근데 정치인의 모습이, 노동자의 모습이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다양한 시민이 있고 노동자가 있는데 너무 하나의 모습이 부각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깨기 위해서 노력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진보정당인 정의당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눈에 띄는 행보인 것 같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우리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매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에 포괄임금제 폐지나 IT 노동자 관련한 일도 하고 있어서 이를 고려해서 다양한 의상들을 선택했다. 근데 어느 날 정의당 의원 중 한 분이 나에게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거다. 내가 이유를 물으니까 ‘우리는 안전모밖에 생각이 안났다’고 답하더라. 당연히 안전모를 쓰는 노동자만 있는 건 아니다. IT 노동자는 다르지 않나. IT 노동자 복장 등을 입고 피켓팅 한 것을 두고 좀 더 다양해진 거 같아서 다행이라는 취지의 얘기였다.”

-여성 정치인을 강조했는데 20대 여자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에피소드는 없는지

“이런 질문을 들을 때도 그렇긴 하다. 왜냐면 특별한 일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는 뜻이니까. 국회 안이나 밖이나 20대 여성으로서 삶 자체는 다를 게 없다. 다만 이렇게 20대 여자인 내가 국회에서 겪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국민들도 청년의 삶에 대해 알 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목격하는 거니까.”

-공영홈쇼핑 국감 과정에서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의 “어이” 발언이 논란이 됐는데 무시하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나

“질의를 하다 보면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서로 발언권을 가져가려고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어이’를 말을 끊는 추임새로 사용한 것 같다. 근데 그렇게 끊는 건 처음 봤다. 황당해서 순간적으로 되물었다. 더 문제를 제기하면 본말전도가 되기 때문에 넘어갔는데 이미 내가 되물어버려서 기사가 나버렸다. 아마 그분의 습관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변화의 계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의당 김종철 신임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5·6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

-최근 정의당은 ‘진보정치 2세대’로 불리는 김종철 대표를 새로운 대표로 맞았다. 김 대표는 ‘선명한 진보’와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김종철 대표를 비롯해서 지도부가 새로 선출됐는데 지금 당원들 기대감은 진보정당이 진보정당다울 수 있도록 선명하게 (활동해주길 기대한다). 다만 불평등, 기후위기, 젠더, 소수자 등 다양한 의제를 아울러서 커질 수 있는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나도 행동으로 보이겠다.”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 이후 정의당의 인물난을 말하면서 류 의원과 장혜영 의원의 존재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청년 정치인이 낯설다 보니까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나나 장혜영 의원이나 우리 당 강령에 맞춰서 잘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안심한 거 같다. 근데 결국 정치인은 자신의 활동으로 평가받는 거 아니겠나.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많다. 잘 성장해나가겠다.”

-근본적으로 정의당에서 차세대 인재가 재생산이 안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선거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다시 선거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처럼 위성정당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다시 고쳐야 한다. 또 정의당은 2중대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다른 당과 비교해서 평가받는 게 아니라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란 우리당의 강령 위에서, 진보정당답게 활동하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선명하게 활동을 해야 한다.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됐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23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 조국 사태, 인국공 사태 등 요즘 청년들이 공정 이슈에 참 민감하다

“청년 문제를 공정이라는 키워드 안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평등, 양극화를 해결해야 청년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공정 문제는 경쟁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공정한 경쟁인 것. 경쟁으로만 모든 걸 결정짓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그럼 그 경쟁이라도 공정하라’고 주장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과연 경쟁만이 옳은 것이냐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 내 몸 하나 쉬어갈 수 있는 주거공간. 누구에게나 당연해야 할 이런 권리가 극한의 경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보상으로 여겨지는 사회가 건강한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별할 거 없는 보통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승리한 사람에게 무엇을 줄 거냐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 고용보험이라거나 주거 안정이 이뤄져 있다면 우리가 그렇게까지 (경쟁에) 집착하지 않아도 될거 아닌가.”

-향후 의정 활동 계획은

“경선 때 슬로건은 ‘젊은 노동 진보정치 업데이트’였다. 국감 마무리되고 나면 내가 기존에 맡았던 강간죄 개정을 비롯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국민고용보험법. 차별금지법 등 정의당 5대 입법과제에 집중하겠다. 또 총선 때 공약이 있다. 포괄임금제 폐지와 함께 ‘청년노동자보호3법’이라고 할 수 있는 채용비리 처벌법, 임금체불방지법, 부당권고사직 방지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은 결국 모든 노동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법안이기도 하다.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




김이현 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남동연 인턴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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