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화 위한 삶 살았던 조지 오글 목사 15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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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화 위한 삶 살았던 조지 오글 목사 15일 별세

입력 2020-11-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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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2월 14일 정부로부터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조지 오글 선교사가 오후 7시 50분 출국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면서 "대한민국 만세, 하나님이 함께 하기를..."이라면서 손을 높이 흔들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박정희 정권의 인혁당 조작사건을 폭로해 강제 추방당하는 등 우리나라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했던 조지 오글 목사가 지난 15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인혁당 조작사건은 1964년과 74년 중앙정보부가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북한의 지령을 받는 지하조직을 결성했다’면서 다수의 언론인과 교수, 학생을 검거한 사건이다. 2007년과 2008년 사법부의 재심을 통해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17일 오글 목사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외국인이자 종교인으로서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오글 목사의 업적과 뜻을 정리하고 기리겠다”고 밝혔다.

192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오글 목사는 미국연합감리회(UMC)의 파송을 받아 우리나라에서 54년부터 20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했다. 그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설립했으며, 선교사들과 함께 ‘월요모임’에 소속돼 한국의 민주화 투쟁을 지원하고 이 과정을 해외에 알렸다.

오글 목사는 1974년 11월 인혁당 사건 직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목요기도회에 참석해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이 일로 그는 중앙정보부에 붙잡혀가 심문을 당한 뒤 거짓 자백을 강요받았다. 이런 사실이 미국 뉴욕타임스에 보도되자 박정희 정권은 오글 목사를 강제 추방하기로 했다. 그는 12월 14일 출입국관리소로 끌려간 뒤 그날 저녁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글 목사는 김포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면서 주먹을 높이 들며 “대한민국 만세, 하나님이 함께 하길”이라고 외쳤다.

정부는 오글 목사의 공을 인정해 지난 6월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주의 발전 유공 포상’ 국민포장을 전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통해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그를 기억하는 목회자들의 온라인 추모가 줄을 잇고 있다.

신경하 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은 “다시 한번 뵙기를 원했는데…. 한국 민주화를 위한 헌신하셨던 일에 대해 감사드리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추모했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전 회장도 “한국 민주화와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던 걸 우리 모두 항상 기억하겠다”면서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를 기원하며 깊은 애도의 뜻을 담아 슬픔을 안고 기도한다”고 전했다. 허춘중 태국 선교사는 “오글 목사님의 생애를 존경하고 애도한다”면서 “그의 고귀한 신앙과 헌신을 한국교회와 특히 에큐메니컬 운동가들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