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만들어준 소이증 아이, 유명한 음악가 됐답니다” [인터뷰]

국민일보

“귀 만들어준 소이증 아이, 유명한 음악가 됐답니다” [인터뷰]

박철 비아이오성형외과 귀 성형센터 원장
‘귀 수술만 7000번’ 재건술 의사가 말해주는 소이증

입력 2020-11-21 08:05
박철 비아이오성형외과 귀성형센터 원장. 비아이오성형외과 제공

흔히들 예뻐지려고 찾는 게 성형외과라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이유로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이 있다. 소실된 신체 일부를 복원하고자 할 때다. 소이증(小耳症)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소이증은 한쪽 또는 양쪽의 귀가 정상보다 훨씬 작고 모양이 변형된 상태를 가리킨다. 신생아 7000~8000명 중 한 명이 걸리는 희귀병으로, 매년 약 40명의 아이들이 보통 귀의 4분의1 정도 크기로 태어난다. 박철 비아이오성형외과 귀 성형센터 원장은 지난 30년간 귀 성형 전문의로서 그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귀재건 수술에 몰. 3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국민일보는 귀 전문 성형외과의인 박 원장에게서 소이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여태 수술했던 소이 환자들 중 2명이 의사가 됐고 2명은 유명한 음악가가 됐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 귀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소이증 수술은 3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1차 수술은 가슴 연골을 떼어내 귀 모양으로 틀을 만든 후 피부로 덮어주는 과정이다. 2차 수술은 양쪽 귀 모양을 맞춰주기 위해 귀를 세워주는 작업을 한다. 3차 수술은 1, 2차 수술의 경과에 따라 진행하는 마무리 작업으로 보통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서는 3차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1, 2, 3차 수술 사이에는 반년씩 쉬어야 한다.”

소이증 수술 전후사진. 박철 원장 제공

- 이런 수술 과정을 30년간 7000번 이상 했다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고 있는 바깥귀 성형술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환자의 가슴 연골을 떼어서 귀틀 형태로 조각해 소이증 쪽의 피부밑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국제적으로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박 원장은 자기 가슴 연골을 이용한 소이증 재건 방법으로 수술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메드포어’라는 고농축 다공성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귀 프레임(틀)을 넣고 피부 이식을 하는 방법이다. 메드포어 방법은 어렸을 때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인공 물질이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지 않아서 외부 충격에 귀 틀이 피부 밖으로 노출되면 염증을 치료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또 이용한 지가 20년 미만이기 때문에 아직 장기간에 걸친 체내 안정성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면도 있다.”

- 재건 성형외과의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미용 수술이 아니라 재건 수술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의대 69학번인데 당시는 의대 트레이닝 제도가 생긴 지 2년밖에 안됐을 때였다. 의학 도서도 없었고, 수업도 (당시 연대 의대 성형외과 주임교수였던)유재덕 교수의 말에 의존해서만 배웠다. 당시엔 성형외과라 하면 다 재건 수술을 하는 곳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미용 수술에 지금처럼 관심이 많지 않았다. 수술받는 사람도 없었다. 미용 수술은 서울 명동에서 일반 GP(일반 개업의)들이 쌍꺼풀 수술을 하는 정도였다.”


- 재건 분야 중에서도 귀, 소이증을 전문으로 하게 된 이유는 뭔가

“미국 교환 교수 시절, 귀가 부분 소실된 환자를 치료하다가 우연히 환자 귀에 가느다란 혈관 하나가 붙어있는 걸 봤다. 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혼자 귀 연구를 거듭했다. 이를 계기로 소이증 수술에 필요한 기술도 개발할 수 있었고 해외 학술지에도 논문을 낼 수 있었다. 이렇게 귀 혈관을 연구하고 귀 수술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이증에 관심이 생겼다. 소이증 수술은 연골로 귀 모형을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피부로 연골을 덮는 과정에서 피부 부분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수술과 연구, 학술지 기고를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에서도 인정을 받게 됐다.”

-한 분야만 파고든 것에 후회는 없는지

“그런데 당시엔 그렇게 귀 수술만 하는 것 가지고 야단을 많이 맞았다. 여러 분야를 고루 진료하지 않고, 하나의 분야만 파고드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환자들이 귀 전문으로만 하는 의사를 따라다닌다. 그때는 내가 전문 분야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선배들이 우스갯소리로 ‘나도 너처럼 해야 했어’ 그러기도 한다.”

-소이증 아이들의 귀를 만들어주는 의사로서의 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의사는 긍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수술해야 한다. 이 환자에게 수술해야 하느냐, 안 해야 하느냐 하는 결정인 ‘인디케이션’(Indication·수술적응증)을 잘해야 명의가 된다. ‘수술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 하는 점도 다 따져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 책임감이 없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의사가 책임감 없이 수술하면 환자는 의사를 불신하게 되고, 의사는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라고 생각하나

“명의라면 무모한 수술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사 중 자기 욕심으로 무리한 수술을 강행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도전도 좋지만 수술 후 환자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의사는 일단 수술을 끝내고 나면, 환자의 이후 삶에 대해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일생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수술한 다음에 (환자가) 계속 고생만 하고 제대로 나을 것 같지도 않으면 수술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수술이란 건 함부로 할 것도 아니고,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의사는 부지런해야 한다. 수술 다음 날 환자를 보고 염증은 없는지, 피는 고이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나는 이런 게 다 의사로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치료하는 의사들도 다 열정과 긍지로 하는 거다.”

-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내 연구 결과가 외국 귀 관련 교과서에 실리고 있는 것, 그리고 내가 수술했던 많은 환자들이 수술한 귀에 만족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두 가지가 가장 큰 보람이다. 여태 수술했던 소이 환자들 중 2명이 의사가 됐고 2명은 유명한 음악가가 됐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이외에도 내가 개발한 소이증 수술법으로 치료를 받은 많은 환자들이 본인의 수술 결과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 귀 재건 분야 권위자로서 소이증 아이들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은 소이증 환아의 부모들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부터 아이 앞에서 한숨과 눈물을 보인다. 이런 태도는 아이에게 절대 좋지 않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자기가 ‘무얼 잘못했나’ 혹은 ‘잘못 태어났나’ 하는 자괴감을 가질 수 있다. 오히려 부모가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를 보일 때 아이가 긍정적으로 성장한다. 어린아이들은 귀가 작다는 사실 자체보다 귀가 작은 자신을 보고 슬퍼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더욱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조금 커서 수술하면 된다고 말해주면 긍정적으로 자랄 수 있다.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주면서 평범하게 키우는 게 제일이다.”

김남명,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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