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벽까지 뚫어버린 야옹이 구출 작전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벽까지 뚫어버린 야옹이 구출 작전

입력 2020-11-21 10:00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요즘 길고양이를 상대로 한 잔혹한 학대 범죄 소식이 자주 들려오곤 합니다. 좋고 싫음의 문제를 떠나서 소중한 생명을 무참히 짓밟는 모습에 대중도 공분했는데요. 그런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사연이 등장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16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입니다.

작성자 A씨는 이틀 전부터 사무실 지하에서 고양이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어딘가 모르게 다급하고 이상한 울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희미한 소리여서 ‘잠깐 저러다 말겠지’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지내고 퇴근을 했답니다. 그런데 이튿날 오후쯤 또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구조 신호구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이번에는 확신했습니다. A씨와 동료들은 여기저기 귀를 갖다 댄 채 고양이를 찾는 데 몰두했습니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요. 여러 겹 쌓인 시멘트 블럭 사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새끼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옴짝달싹 못 한 채 작게 뚫린 하늘만 올려다보고는 서글프게 울고 있었습니다.

다음 단계에 돌입해야 했습니다. 한 직장동료가 주섬주섬 장비를 갖춰 입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라인더를 작동시킨 뒤 벽 뚫기에 돌입했습니다. 행여나 고양이가 다칠까봐 아래 블럭에서부터 조심조심 움직였죠. 구멍이 커지면서 황금색 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고지가 바로 눈앞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하지만 마지막 단계는 구조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 고양이는 나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몇 차례의 실패 끝에 A씨가 겁을 잔뜩 먹고 버둥대는 고양이를 빼냈습니다. 며칠을 굶었는지 고양이 배는 홀쭉했습니다. 급하게 우유까지 사와 내밀었습니다. 그제야 안정을 찾은 고양이도 허겁지겁 들이켰고요. 구조된 새끼 고양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야기는 해피엔딩입니다. 새끼 고양이는 어미, 형제와 무사히 상봉했다고 하네요.

A씨는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고양이 구출 대작전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는 “지난주 친한 친구 장례 기간 중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고양이 덕분에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좋은 곳에서 잘 지내라 친구야, 잘 살아라 고양이 가족들~”이라는 따뜻한 인사로 글은 마무리됐고요. 혹시 오늘 하루 우울한 일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로 위안을 삼는 건 어떨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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