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늘밤엔 생각 안바뀐다” 발언에 공수처 회의 ‘급랭’

국민일보

[단독]“오늘밤엔 생각 안바뀐다” 발언에 공수처 회의 ‘급랭’

25일 국회서 4차 공수처장 추천위 개최

입력 2020-11-24 11:14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3일 국회의장실에서 '공수처법 해법' 등 논의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밤에는 제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없습니다.”

지난 18일 별 소득 없이 무산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회 3차 회의에서 나온 야당 측 한 추천위원의 발언이다. “끝장토론을 벌이자”거나 “밤을 새서라도 투표해보자”는 다른 추천위원들의 제안에 대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야당 측 A추천위원은 “오늘은 결정을 못한다”거나 “사정변경이 없는데 어떻게 생각을 바꾸느냐”며 야당 측 추천을 받은 3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공수처장 후보에게는 전면적인 반대투표를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야당 측 위원이 자신들이 추천한 일부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야당 측 후보들은 1·2·3차 투표 내내 2표씩만 받았는데, 야당 측 위원 2명을 제외한 다른 위원들이 야당 추천 후보에게 투표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 측 위원들은 비토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에 의혹이 있다거나 수사 능력이나 조직 장악력이 의심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야당 측 위원들에게서 “공수처장 후보를 처음부터 다시 뽑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다른 위원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의 회의는 무의미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그나마 3차 투표까지 이뤄질 수 있었던 건 추천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끝까지 회의 무산을 막기 위해 독려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추천위는 1차는 기명, 2차는 무기명 투표로 각각 진행한 뒤 다수 투표를 얻은 4명의 후보를 상대로 3차 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야당 측 위원 2명이 끝까지 비토권을 행사했고, 후보 추천 정족수인 6표 이상을 받은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조 처장은 공식석상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데, 이날 회의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들은 3차 회의를 앞두고 ‘공수처가 임기 말 정권의 비리를 덮기 위한 것이란 주장을 어떻게 보느냐’ 등 민감한 내용의 서면질의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후보들은 “공수처는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 기관”이라며 무색무취한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서만 접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해 답변이 어렵다”는 등 중립적 답변이 주를 이뤘다. 그에 비해 야당 측 추천을 받은 일부 후보는 평소의 정치적 성향이 담긴 소신 발언을 제출했다고 한다.

공수처 추천위 실무지원단은 24일 “25일 오후 2시 국회에서 4차 회의를 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설치및운영법상 추천위 소집권한이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중재한 뒤 회의소집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회의마저 결렬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공수처장 후보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후보 재추천을 언급하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추가 회의도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추천위원은 “야당 측 위원들이 비토권 방침을 바꾸는 등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며 “현재 후보들은 큰 결격 사유가 불거진 게 없고 재추천은 다수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밝혔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여야가 각자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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