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저금리’ 탓…전세정책 실패 인정않는 여당의 방탄논리

국민일보

‘1인가구·저금리’ 탓…전세정책 실패 인정않는 여당의 방탄논리

전세대란 원인 임대차법 인정 안해
젊은층 1인가구 월세가 더 많아
여당 “지금 와서 되돌릴 순 없다”

입력 2020-11-24 17:09

이른바 임대차보호3법 통과 이후 최악의 전세대란이 발생했다는 비판에도 여권과 정부는 좀처럼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여당과 정부 고위인사들은 그 원인을 결코 임대차3법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1인 가구’ 증가와 ‘저금리’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상태다.

여권 고위인사들이 마치 짜맞추기하듯 똑같은 발언을 쏟아낸 것은 성난 민심으로부터 임대차3법을 적극 보호하기 위한 방탄논리를 ‘영끌(영혼까지 끌어온다는 뜻)’하는 성격이 짙다. 전세대란의 원인을 가구 분화나 저금리 탓으로 돌리면서, 임대차3법 적용의 순기능이 확산되길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다보니 핑계거리가 필요한데 가져다 쓸 통계가 가구 분화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것이 과도한 비판일까. 전문가들 역시 여권이 시장을 적(敵)으로 돌리는 정치 논리에 치우쳐 임대차3법의 부작용을 애써 눈감고 있다고 지적한다.


월세 많은 1인 가구가 전세난 원인?
1인 가구 증가 등 가구 분화가 진행되는 것은 여러 통계로 확인되는 사회현상이다. 통계청은 장래가구 특별추계에서 1인 가구는 2017~2047년 30년간 연평균 9만1000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낙연 대표는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에 충분한 대비가 없었던 게 정부의 서울시의 큰 패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1인 가구 총량이 늘어 전세난으로 이어졌다는 단순한 논리만 제시할 뿐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본질을 외면한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한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24일 “2019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서울과 인천의 1인 가구는 집값 상승과 맞물린 서울·수도권의 청약시장 호황 탓에 세대를 분리한 효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전세 실수요와는 관련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1인 가구가 늘었다고만 하지 말고 왜 늘었는지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높다는 점도 여권의 해석을 반박하는 근거다. 전문가들은 전세로 옮겨가려는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이를 전세난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서울 여성 1인 가구 주거현황’에 따르면 20대 여성 1인 가구의 월세 비중은 69.1%에 달했다. 30대도 54.9%였다. 40대는 48.0%, 50대 역시 47.5% 등 절반에 육박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최근 25~59세 남녀 200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20 1인 가구 보고서’에서 1인 가구의 40%가 월세이며, 32%만이 전세를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권 “66%가 혜택본 게 중요”
여당 의원들은 임대차3법의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약 ‘2+2제’가 시행된 이후 계약갱신률이 상승해 세입자의 주거안정성이 강화됐다게 정부·여당 설명이다. 국토부는 지난주 전세난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100대 아파트 분석결과 10월 전월세 갱신율이 66.1%로 전월(58.2%)보다 약 8%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전 갱신율(57.2%)보다 약 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여당은 이를 강조한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에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전세 살고 이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살 수 있게 됐다”며 “임대차3법으로 혜택을 본 사람이 70% 가까이 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숫자상으로 보면 임대차3법의 순기능이 더 크다는 논리다. 이 의원은 또 “야당은 전세대란이라 하지만 지금은 기존 전세 총량에서 계약갱신으로 눌러앉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고, 따라서 과거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적어서 생긴 전세대란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4개월 남짓 지난만큼 최근의 불만들은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마찰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임대차법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단기 공급대책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면 전세시장은 안정될 것이란 낙관론이 배경에 깔려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전세 거래에서 수요 자체가 2년 주기에서 4년 주기로 바뀌니까 매물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전세난에) 임대차3법 영향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시장이 법을 적용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지금은 적응기”라고 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당초 신규계약 임대료 상한율도 같이 정해야 했었는데 빠진 게 아쉽다”며 “전세시장 진입이 어려운 분들에겐 단기적이긴 하지만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여당에서도 이런 우려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장 정책기조를 바꿀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자칫 방향 전환을 시도할 경우 시장이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걸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세난 단기간에 안 끝난다”
반면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1인 가구 증가를 전세대란 원인으로 꼽는 것은 전형적인 ‘여론 호도’라고 비판한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전세는 매매, 월세와 모두 관계가 있는데 다 연결된 시장에서 정부·여당이 끼워 맞추려다보니 자신들이 필요한 통계만 놓고 억지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5% 상한선을 둔다고 하지만 전세는 직장이나 자녀교육 때문에 그 지역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전세 ‘암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망을 피해 뒷돈 거래와 꼼수 계약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논리가 우선하는 부동산정책으로 시장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본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과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세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수급이 완전히 꼬여버린 탓이다. 전세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 전세난이 4~5개월간 지속된 반면, 이번 전세난은 향후 1~2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4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전세시장 대혼란이 발생한 것은 임대차3법으로 시장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시장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면 공급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하는데 우리 명분이 옳으니 시장이 당연히 따라올 거라는 나이브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이현우 기자 sharky@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