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집 살 수 있을까?” 암담한 서민들, 내년 더 힘들다

국민일보

“내 생에 집 살 수 있을까?” 암담한 서민들, 내년 더 힘들다

‘1년 뒤 집값 오른다’ 전망 지수, 역대 최고
영끌·빚투·코로나에…가계 빚도 사상 최대

입력 2020-11-24 17:40 수정 2020-11-24 17:47

직장인 홍모(29)씨는 요즘 집을 사려고 ‘임장(현지 답사)’을 다니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해 서울 아파트를 구입한 지인이 몇개월 만에 수천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얘기를 접하면서다. 하지만 그나마 덜 올랐다는 서울의 몇몇 지역을 골라 다녔는데도 10평형대의 오래된 소형 아파트가 무려 5억~6억원에 거래되는 현실을 보고 포기했다. 가용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이번 생에 집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전세 매물도 없다는데 만약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집을 비우라고 하면 어떻게 전셋집을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24차례나 꺼냈지만 ‘부동산 불패’ 신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지수는 130으로 전달보다 8포인트 뛰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3년 1월(94)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이 지수가 100을 넘겼다는 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본다’는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보다 많다는 얘기다.


지수 추이만 보면 정부 대책은 있으나마나다. 특히 젊은 층의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 분위기가 짙다. 한은에 따르면 40세 미만(20~30대)의 주택가격전망 지수는 지난달 127에서 이달 들어 136으로 뛰었다. 역대 최고치로, 전체 평균(130)보다 6포인트나 높게 나타나면서 집값의 상승 심리를 부추겼다. 홍씨처럼 ‘손 놓고 있다가는 평생 집을 살 수 없겠다’는 불안 심리가 젊은 층에서부터 강하게 흐르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은은 주택가격전망 지수 상승에 대해 “집값 오름세가 서울·수도권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경남 김해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요즘 결혼을 과연 할 수 있을지 깊은 회의에 빠져 있다. 인근 부산을 중심으로 치솟고 있는 집값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 지난 19일 조정 지역으로 묶이기 전까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김씨는 “10년 넘게 성실하게 일만 했는데, 동료 선후배들이 ‘부동산 영끌해서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주택시장을 휩쓸고 있는 영끌의 흔적은 쌓여가는 빚의 무게로 드러난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카드·할부 등 판매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최대다. 3분기 중 늘어난 가계신용 규모(44조9000억원)는 2016년 4분기(46조1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여기엔 부동산 영끌과 ‘빚투(빚내 투자)’, 코로나19 생활고에 따른 대출 영향도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주택 매매나 전세 거래 등 주택자금 수요가 부쩍 늘었다.

박재찬 조민아 기자 jeep@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