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떠나기 직전 윤석열 “곧 돌아온다, 흔들리지 마라”

국민일보

집무실 떠나기 직전 윤석열 “곧 돌아온다, 흔들리지 마라”

입력 2020-11-25 16:39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월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은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조치 후 집무실을 떠나기 직전 “흔들리지 말고 업무에 충실하라. 나는 곧 돌아온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직무배제된 검찰총장이 됐지만 사퇴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던 셈이다. 윤 총장은 “옳고 그름을 잘 가려 대응하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7월 추 장관의 첫 수사지휘권 행사 때 나왔던 반응과도 같다.

윤 총장이 “개인의 직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며 천명한 법적 대응도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직무집행정지 조치의 정당성을 다툴 변호인단도 거의 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윤 총장이 곧 서울행정법원에 추 장관이 조치한 직무배제 명령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부터 할 것이라고 본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발표 내용에 대해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가 본인에 대한 징계청구 등 사실을 파악한 것은 발표와 엇비슷한 시점이었다.

윤 총장이 출근하지 않고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권한대행을 맡은 검찰은 종일 뒤숭숭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이후에도 추가 감찰을 지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윤 총장이 수사정책정보관실을 통해 저지른 또 다른 비위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이날 ‘재판부 사찰’과 관련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의 조치를 위법 부당한 일로 규정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각 일선청에서는 수석급 평검사들이 7년 만의 평검사회의 개최 필요성에 공감했다. 검찰 내부망에는 “집권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검찰총장마저 내쳐지게 된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배경이 후일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조 권한대행이 “갈라진 검찰 조직을 검찰 개혁의 대의 아래 하루 빨리 추스르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검사와 협력자들이 있다”는 글이 게시되는 등 격앙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법조계 원로들의 반응은 문제가 있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결단해야 옳다는 쪽으로 모였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총장의 자리는 장관이 ‘해라 말아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검찰총장은 “정치가 검찰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게 검찰총장”이라며 “승복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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