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귀순’에 울리지 않은 센서…“나사가 풀려 있었다”

국민일보

‘철책 귀순’에 울리지 않은 센서…“나사가 풀려 있었다”

입력 2020-11-26 16:01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지난 4일 병력을 태운 트럭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철책 귀순’ 사건 당시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인 광망(철조망 감지센서) 핵심 장비의 나사가 풀려있어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망 구축 이후 단 한 차례의 점검도 이뤄지지 않았을뿐더러 점검 매뉴얼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언론에 공개하며 귀순 사건 당시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최전방 GOP에 설치된 광망은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을 넘거나 절단할 때 경보음을 울리게 돼 있다. 철책 위에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 형태의 철조망이 덧대져 있는데, 이 철조망을 지탱하는 와이(Y)자 형태 브래킷 일부에 상단 감지 기능이 있다. 또 Y 브래킷 맨 끝부분마다 작은 직사각형 형태의 ‘상담 감지 유발기’가 달려있다.

사람이 철책을 뛰어넘으려면 철책에 무게가 실리고 이를 감지한 센서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3일 50여㎏의 기계체조 선수 출신으로 알려진 북한 남성 A씨가 고성 지역의 GOP 철책을 넘을 땐 센서가 울리지 않았다.

합참 조사 결과 A씨가 넘어온 지점에는 감지 브래킷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감지 유발기 내부를 뜯어 분석해보니 하중을 감지해 광섬유를 누르도록 설계된 나사가 제대로 고정돼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비, 바람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나사가 풀린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런 외부 요인에 취약한 부품임에도 합참은 2015~2016년 장비 구축이 완료된 이후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육안 점검 등의 매뉴얼은 있지만, 이 부품에 대한 점검 매뉴얼은 별도로 없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합참은 광망 미작동으로 인한 출동 작전 지연 여부 등에 대해선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군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당시 광망은 울리지 않았지만 TOD(열감시장비) 감시병이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차는 의미 없다”고 답했다. 합참은 이런 이유로 이번 작전을 정상적 작전으로 판단, 합참 차원의 처벌 조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합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단 감지 유발기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특히 귀순 사건이 발생한 부대의 경우 연말까지 감지 유발기 전체를 뜯어내 점검할 방침이다. 상단 감지 브래킷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는 추가 설치를 하는 한편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 개량도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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