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앞자리가 5… 이제 못 막나” 공포에 얼어붙은 시민들

국민일보

“헉, 앞자리가 5… 이제 못 막나” 공포에 얼어붙은 시민들

입력 2020-11-26 17:25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26일 서울 강서구 보건소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6일 553명(0시 기준)을 기록하면서 8개월 만에 ‘500명대 확진자 발생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최근 들어 가장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일상 곳곳을 침투한 감염 위협 속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길을 나섰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고3 수험생과 재수생의 긴장감은 최대로 증폭됐다. 시민들은 기침과 콧물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20대 직장인 하모씨는 이날 오전 기침과 가래 증상이 나타나자 급히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하씨는 “단순한 계절성 감기 증상인지 코로나19 증상인지 모르겠지만 불안한 마음에 일단 회사에 먼저 연락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하씨는 아침에 일어난 후 이날 오후까지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다. 하씨는 “확진자 수가 300명이 넘어갈 때는 거리두기만 하면 나아지겠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앞자리가 5가 되니 느낌이 또 다르다”며 “아무리 신경 써도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감염을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아 울며겨자먹기로 출근한 직장인도 적지 않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강모(27·여)씨는 이날 평상시보다 1시간 일찍 집을 나서 택시를 잡았다. 강씨는 “사람이 빽빽한 ‘지옥철’은 도저히 못 타겠다 싶어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탔다”고 전했다. 강씨는 “코로나19에 한번 걸리면 직장에서 분명히 눈총을 받을 텐데 스스로 최대한 조심해야지 어쩌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다음주 목요일 수능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재수생 A씨(19)는 행여나 확진자 또는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돼 불편한 환경에서 시험을 보게 될까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수능이 또 한 번 연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그는 “별도 시설에서 온갖 방역 장비 속에 시험을 보면 제대로 볼 수 있겠느냐”며 “내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만약 증상이 있어도 차라리 해열제 먹고 일반 학생들과 같이 볼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고3 수험생 김모(18)군도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대한 신경 쓰고 있지만 가족들이 밖에서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전했다. 수험생 본인이 아무리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한다 해도 외부 활동을 하는 나머지 가족과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서둘러 등교를 취소하거나 자녀를 일찍 하교하도록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주부 장모씨는 아침 뉴스를 통해 신규 확진자가 500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큰아이 등교를 취소했다. 어쩔 수 없이 등교시킨 학부모 가운데에는 담임교사에게 연락해 급식을 먹이지 않고 일찍 하교시킨 부모도 적지 않았다.

‘팬데믹(대규모 집단감염) 포비아’는 가뜩이나 ‘코로나 취업 한파’를 겪은 취업준비생의 한숨을 더 길어지게 했다. 이날 한 기업의 최종면접을 치른 임모(26)씨는 “코로나 때문에 올해 채용 인원도 확 줄었는데 혹여나 합격해도 채용이 밀리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를 핑계로 기업이 입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만약 최종 합격 후 검진에서 코로나19 확진되면 그 자리에서 입사를 취소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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