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직교원 지위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민일보

[기고]해직교원 지위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입력 2020-11-27 16:39

강창호 덕현중학교 교사

1983년 서울대학교 사범대에 입학한 나는 독재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세 번에 걸쳐 구속과 구금된 전력이 있으며, 1988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후 3학년으로 복학했고 이듬해인 1989년 5월 코스모스 졸업을 3달여 앞두고 후배들과 교생실습을 나가게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교생실습을 하고 있던 1989년 5월 28일에 전교조가 결성됐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1987년 대선 공약인 ‘2년 후 중간평가’에서 불신임 받을 것을 우려해 공안정국을 조성했고, 그 희생양으로 전교조에 대해 대대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교생실습 중이던 나는 전교조를 지지하는 유인물을 제작해 후배들에게 배포했는데 공안당국은 나중에 그 유인물을 이적표현물이라며 나를 기소유예 처분하기도 했다.

전교조 탄압을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불법적인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는 애초에 전교조 창립을 주도한 60여명만 징계하려던 방침을 바꿔 전교조를 탈퇴하지 않는 모든 조합원을 해직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1527명의 교사를 대량 해직시켰다.

1989년 국정감사에서 이철의원이 폭로한 관계기관 대책회의 관련 자료에서 그 진상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이 관계기관 대책회의 관련 자료를 보면 ‘교원노조 비난 대국민 홍보, 공안차원서 교원노조 내사, 친인척, 학부모, 교원 반 교조활동, 전교조 발행 간행물 제재, 구청, 동직원 대거 동원 탈퇴종용’ 등 범정부 차원에서 전교조 탄압을 위한 불법적인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전교조 탄압대책은 전교조 가입교사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전교조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예비교사들을 탄압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당시는 임용고사가 시행되기 전, 국립사범대 졸업생에 대한 의무임용규정이 적용되던 때라, 공무원 결격사유가 없는 한 국립사범대를 졸업하면 최소한 5년간 교사로서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되어 있었다.

이 관계기관 대책회의 관련 자료를 보면 ‘교원 신규임용자 정밀 신원조사, 노조 지지발언 미임용교사 임용 탈락, 보안심사 통해 미임용교사 임용 제외’ 등의 계획을 수립해 예비교사들의 임용자격을 박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예 교직에 진출할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현직에 있던 교사를 해직시킨 것보다 더 잔인하고 가혹한 대책이었다.

이에 따라, 1989년 7월 25일 문교부에서는 ‘신규교원 보안심사 강화 지침’이라는 공문을 하달해 전교조 가입 가능성이 있는 예비교사들을 임용에서 배제하기 시작했다.

적용된 법조항이 구 교육법 77조 3항 ‘성행불량’ 조항이었다.

신규교원임용에 관한 문교부 지침에 따르면 성행불량자란 ▲이성관계 문란, 상습도박, 음주추태, 폭행, 허위사실 및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자 ▲불법 학원 소요 주동자 및 적극 가담자 ▲불순단체 가담자 또는 불법 시위 가담자 ▲기타 학칙 위반 사실이 있는 자 등 이었다.

이러한 지침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교원보안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명부에 등재된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경찰서에 신원조회를 의뢰했으며 경찰서에서는 시국사건과 관련된 예비교사들을 ‘신원특이자’로 분류해 교육청에 통보를 했고 교육청에서는 이를 근거로 구 교육법 77조 3항 ‘성행불량’ 조항을 적용, 시국사건 예비교사들의 임용자격을 박탈했던 것이다.

게다가, 임용 면접 심사에서 ‘전교조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전교조에 우호적 답변을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임용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하고 학생회 활동을 한 것 이외에 아무 전력도 없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임용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교조결성 해직교사와 임용제외 교사는 그 피해양상이 다르지만 그 발생 배경에 전교조 탄압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 해직교사는 4년 6개월이 1994년에 복직했고, 임용제외교사는 졸업한 지 10여년 만에 ‘시국사건관련임용제외자특별채용에관한특별법’으로 겨우 발령을 받았으나 해직교사와 임용제외교사 공히 신규채용 형식으로 특별채용됐기 때문에 그 피해기간에 대한 원상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도 임금, 호봉, 연금 경력 등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해직교사 중 140여명은 이미 사망했고 절반 이상은 퇴직했으며 임용제외교사들도 정년까지 평균 5~6년 정도 남은 상태다.

그런데 원상회복투쟁을 시작한지 30여년만에 21대 국회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발 벗고 나서고 있다.

11월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113명의 국회의원의 서명을 받아 ‘해직교원 및 임용제외교원 지위 원상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강득구 의원은 “역사적 정의를 위해 담대한 첫걸음을 떼겠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있어 독배가 될지언정 그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10월 26일 강득구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에 대해 “후세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교육에서의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도록 교육부와 국회가 앞장서서 이 부분에 대해 함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답변을 했다.

11월 5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15개 시도교육감은 ‘민주화운동 관련 교원의 원상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특별결의문을 발표했으며, 11월 19일 광주시의회에서는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심의 의결했다.

서울, 부산, 제주, 전남, 전북 시도의회에서도 입법촉구 결의안 채택이 추진되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 원로들께서도 해직교원 및 임용제외교원 특별법 지지서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특별법 통과는 당사자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정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해묵은 시대적 과제가 해결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으며, 지체됐지만 정의가 살아 있음을 다함께 목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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