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해 16년 간병한 장애인 형 살해 40대 감형 이유는

국민일보

만취해 16년 간병한 장애인 형 살해 40대 감형 이유는

항소심서 3년형으로 감형 “살해 고의 입증 안돼”…어머니 법정서 오열

입력 2020-11-30 14:18 수정 2020-11-30 14:32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16년간 돌봐온 장애인 형을 살해한 동생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는 지난달 16일 A씨(41)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6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장애가 있는 친형 B씨(43)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숨진 B씨는 2003년 교통사고로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와 동생 A씨는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해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B씨를 정성껏 돌봐왔다. B씨의 분노와 짜증을 감당하는 것도 어머니와 동생의 몫이었다.

B씨를 간호한 지 16년째 되던 지난해 9월, 지친 A씨는 만취한 상태로 형의 목을 졸랐다. 당시 A씨는 B씨의 느닷없는 욕설에 격분해 그의 얼굴을 때리고, 몸 위로 올라타 목을 압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술에 취해 B씨 옆에서 잠들었다.

다음 날 일어난 A씨는 평소와 같이 B씨에게 물을 떠다 주고 담배를 건넸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형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린 뒤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그러나 형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씨는 간밤에 자신이 형을 때리고 목을 졸랐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경찰서를 찾아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았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살해 고의성에 근거해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고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의심이 들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상해 고의를 넘어 살해하려 했다고 완벽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16년 동안 고충을 이겨내며 돌봐온 형을 한순간 살해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 모친과 누나가 A씨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고, A씨는 사랑했던 형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 속에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날 방청석에 있던 A씨 형제의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숨죽여 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판부가 징역 3년을 선고하자 “아들 둘 다 곁을 떠나면 어떻게 사느냐”고 호소했다.

김수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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