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테러 뉴스 아랫집이 바로 접니다” [사연뉴스 그후]

국민일보

“똥테러 뉴스 아랫집이 바로 접니다” [사연뉴스 그후]

입력 2020-12-01 11:16 수정 2020-12-01 11:38

며칠 전 [사연뉴스]로 소개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똥테러 사연’을 기억하시나요? 아파트에 거주 중인 네티즌 A씨 가족이 정체 모를 누군가로부터 대변 테러를 당했다는 거였는데요. 당시 A씨는 최근 소음 문제로 찾아온 아랫집을 의심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틀 후 ‘똥테러 뉴스의 아랫집입니다’라는 글이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했습니다. 작성자는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았을까요?

지난 28일 올라온 A씨의 글부터 다시 보겠습니다. 당시 A씨는 ‘아파트 현관문 앞에 똥테러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긴 글과 사진 몇 장을 공개했습니다. 그의 현관문 앞에는 대변으로 보이는 배설물이 잔뜩 놓여 있었고 도어록과 벽에는 껌과 까나리액젓까지 뿌려진 채였습니다. A씨는 22일 밤 12시에서 1시 사이 일어난 일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바퀴에 송곳으로 찌른 듯한 구멍이 생겨서 타이어를 교체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요. A씨는 얼마 전 층간소음을 문제 삼고 찾아온 아랫집 가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아랫집이 이사 온 당일 시끄럽다고 올라온 적 있다”며 “지난 8월 가족 모임 때도 아랫집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경찰이 온 적 있다. 다음날 보니 층간소음센터에 신고돼 있더라”고 적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는 아파트 관리실과 원만하게 해결을 봤고 집에 여러 장의 매트도 깔았다고 덧붙였고요. ‘똥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 둘을 키우는데 무섭고 섬뜩하다”는 말로 글을 맺었죠.


A씨가 의심한 아랫집이 바로 자신이라며 반박글을 올린 사람은 B씨였습니다. 그는 지난 30일 올린 긴 글에서 “제가 한 일은 아니지만 A씨가 쓴 글이 정말 어이없고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나 싶어서 회원 가입까지 해 글을 적어본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B씨는 “윗집 분이라고 하기도 싫다” “존중하기도 싫다” “윗집 새X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라는 표현으로 격한 감정을 드러냈는데요. 그가 써 내려간 고충들을 읽어보겠습니다. 해당 아파트로 이사 온 지난 7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B씨는 이삿날부터 이미 악몽이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윗집은 젊은 부부와 어린 두 딸이 산다. 이사 온 첫날부터 ‘달리기 운동회’를 열었다. 낮부터 밤까지, 아니 새벽 2시까지 쉬지도 않고 뛰었다”며 “그래도 그날은 무슨 일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A씨는 제가 이사 첫날부터 올라갔다고 하던데 그것부터가 거짓말”이라고 바로잡았습니다.

다음날 이사 온 집을 구경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도 윗집의 소음은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참지 못해 B씨의 여동생이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그러나 나와보는 사람 없이 인터폰 너머로 “우리가 뛴 거 아니에요”라는 짧은 대답만 들어야 했다는데요. B씨는 “불길한 생각이 그때부터 들었지만 처음이니까 좋게 생각했다”며 “다른 소리였나, 내가 오해를 했나 하고 그냥 넘어갔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B씨는 윗집 소음에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이들이 달리는 소리는 물론이고 한밤중 청소기 돌리는 소리, 가구 옮기는 소리까지 들려온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예민하다고 생각되시면 댓글을 달라. 연락처와 주소를 알려드리고 딱 하루만 우리 집에서 지옥 체험을 시켜드리겠다”는 억울함 가득한 말까지 더했습니다. 그가 몇 가지 더 소개한 윗집과의 일화는 이랬습니다.

“한번은 직접 올라갔다. 현관문 앞에서부터 나이트클럽 소리가 나고 애들은 뛰고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역시 안 나왔다. 10초 정도 지난 후 한 번 더 누르니 애 엄마가 정말 귀찮은 투로 ‘누구세요’ 하더라. 조용히 해달라고 하니 5초 정도 대답이 없다. 한 번 더 부탁하니 ‘네’ 하고선 끊어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지 10분쯤 지났는데 우리집 초인종이 울렸다. 윗집이 억울했나 보더라.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첫마디가 ‘우리 애들 안 뛰었어요’였다. 그럼 운동회는 누가 벌였단 말인가. 아파트에 귀신이 사나. 더 공포스러웠다.”

“참다못해 112에 전화를 했다. 층간소음은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고 하길래 ‘한 달 넘게 괴롭힘당하고 있다. 지금 제가 올라가면 칼 들고 갈 것 같으니 제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보통 분들은 경찰을 보기만 해도 겁을 내던데 윗집 사람들은 당당했다. ‘아파트 문제이니 우리는 계속 뛰겠다. 애들 기죽일 수 없다’고 당당하게 나오는 그들의 뻔뻔함에 경악했다.”


B씨는 이후로도 윗집과의 악연을 한참 늘어놓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구한 집인데, 임신 중인 아내에게도 문제가 생길까 싶어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는 고백도 했습니다. 아내 역시 윗집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요. 그는 “왜 살인이 나는지 알겠더라. 하지만 우리 가족이 있는데 감옥 가는 것도 두렵고 싸움도 못하고 남을 찌를 용기도 없다”며 “제발 층간소음이 뭐 대수냐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A씨의 글이 큰 화제를 모았던 만큼 B씨의 토로 역시 많은 네티즌들이 반응했습니다. 층간소음에서 빚어지는 갈등들에 공감하며 B씨를 위로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자 B씨는 한 건의 게시물을 추가로 올려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던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며 고마움을 전했는데요.

그는 문제의 ‘똥테러’를 벌인 범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누군가가 했다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격한 감정이 그대로 담겼던 자신의 첫 번째 글에 대해 정중히 사과까지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이 평소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마무리했습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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