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땐 가족까지 동원”… 총알 배송에 숨겨진 그림자

국민일보

“아플 땐 가족까지 동원”… 총알 배송에 숨겨진 그림자

입력 2020-12-01 15:47
설 명절을 열흘 앞둔 지난 1월 14일 오전 서울시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 직원들이 수북이 쌓인 택배 우편물을 분류하고 있다. 연합

다수의 택배기사가 장시간 노동과 부족한 수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정부의 첫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로로 출근이 불가능할 땐 택배사가 대체 인력을 지원하지 않아 동료에게 부탁하거나 가족·친지까지 동원해 배송 물량을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택배기사 업무여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로젠 등 대형 택배사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기사 1862명이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이번 감독 결과 택배기사를 포함한 택배업 종사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 명절 등 택배 물량이 몰리는 성수기에 주 6~7일 근무한 택배기사는 97.3%에 달했다. 응답자 중 40.0%는 하루 14시간 이상 근무한 후 5~6시간만 자고 다시 일터로 나왔다. 점심시간을 제대로 지킨 횟수가 주 1회 이하인 비중이 41.2%였고, 대부분 업무용 차량이나 편의점에서 30분 안에 끼니를 해결했다.

과로·개인사 등으로 배송이 불가능할 땐 동료에게 배송 업무를 부탁한 경우가 41.7%로 가장 많았고, 가족·친지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례(10.0%)도 적지 않았다. 대리점에서 대체 인력을 지원한 경우는 16.7%에 불과했다. 전직 택배기사 정모(41)씨는 “배송 지연 물량이 축적되면 다음 계약 때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점심을 챙겨 먹을 수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며 “동료 택배기사가 아픈 날에는 남동생이 대신 나와 택배 일을 한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택배 4사의 서브터미털(44곳)과 협력업체(40곳)를 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 등 132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2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택배 대리점 430곳 중 3개 대리점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사법처리하고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은 208개 대리점에는 과태료 2억600만원을 부과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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