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온다” 연락받은 엄마, 냉장고 남아 시신 차에 숨겼다

국민일보

“청소온다” 연락받은 엄마, 냉장고 남아 시신 차에 숨겼다

입력 2020-12-02 17:44
왼쪽은 기사와 무관한 사진. 오른쪽은 A씨가 거주하던 곳. 게티이미지뱅크,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생후 2개월 남아의 시신은 ‘청소하러 오겠다’는 동사무소 측의 연락을 받은 엄마가 차량에 옮겼다가 다시 냉장고에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동사무소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냉장고 안까지 청소하고도 아기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2일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여수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생후 2개월 된 갓난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기의 어머니 A씨(43)를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슬하에 큰 아들 B군(7)과 쌍둥이 남매를 뒀다. 그는 2018년 8월 쌍둥이를 집에서 출산한 뒤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고, 이에 주변에서조차 쌍둥이 남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쌍둥이 남매를 출산한 지 두 달쯤 됐을 때 퇴근 후 집에 와 보니 남자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아들의 사망 사실을 숨겨오던 A씨의 범행은 지난달 6일과 10일 이웃 주민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며 드러났다. 전남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가정방문을 한 결과 쓰레기 더미 속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B군과 어느덧 두 살이 된 딸 C양이 발견됐다. 이 기관은 지난달 20일 B군과 C양을 즉시 아동 쉼터에 보냈지만, 이때까지도 숨진 남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닷새 뒤 여수시 측에서 A씨의 거주지를 청소했고 쓰레기 5t을 수거했다. 이때에도 숨진 남아의 시신은 발견되지 못했다. 당시 직원들이 냉장고까지 깨끗하게 청소했지만 시신은 없었다고 한다.

이후 처음 아동 학대 사실을 신고한 주민이 “쌍둥이 남동생이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신 유기 사실까지 들통났다. 이 주민은 “동생이 둘 있다”는 B군의 말을 들었으나 동사무소 조사에서 아이가 둘밖에 없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색에 나선 경찰은 냉장고에 있던 아기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동사무소에서 청소를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아기 시신을 자신의 차 안에 옮겼다가 다시 냉장고에 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서 “무서워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죽은 뒤부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집안을 치우지 않아 쓰레기가 쌓인 것 같다”며 “아동 학대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해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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