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D-1…아기 리트리버의 견생역전 [개st하우스]

국민일보

안락사 D-1…아기 리트리버의 견생역전 [개st하우스]

1살 리트리버 믹스견, 안락사 하루 앞두고 구조
덩치 클 뿐인데…구조된 중대형견은 99% 안락사

입력 2020-12-05 10:00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무슨 일이 생길 뻔했는지 너는 아니?" 안락사를 하루 앞두고 구조된 리트리버 믹스견 꽃지. 동물구조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의 황동열 대표는 "보호소에 입소한 유기견은 8kg이 넘으면 입양갈 확률이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안락사를 앞둔 강아지들이 많습니다. 하루, 이틀, 열흘…한달씩이나 아무도 찾지 않는 철장에 갇혀 있죠. 얼마나 지쳤는지 이젠 사람이 다가가도 눈길을 피하는 불쌍한 얼굴들. 그런데 그 속에서 미소가 빛나는 하얀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오늘 사연의 주인공인 아기 리트리버, 꽃지입니다.

꽃지는 지난 6월 2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발견됐어요. 서울에서 구조된 동물 1800마리가 몰려오는 이곳에선 한 마리라도 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계속 들어오는 유기견들로 인해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어요.

꽃지는 하룻밤만 지나면 안락사가 예정돼 있었어요. 한 달간의 보호소 생활 동안 입양 문의가 한 건도 없었거든요. 생후 6개월에 3.7kg의 작고 순한 리트리버.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헤헤 웃는 댕청미(강아지를 부르는 댕댕이와 멍청하다를 합친 신조어) 넘치는 아이였답니다.

지난 5월 구조 당시 어린 꽃지의 모습

“덩치가 클 뿐인데…너는 외면 받았구나”

꽃지를 발견한 건 제보자 뚱이 아저씨예요. 뚱이 아저씨는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 50여마리를 돌보는 시민단체 팅커벨의 대표인데요. 안락사를 앞둔 동물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보호소로 향했답니다.

뚱이 아저씨는 철장 안에서 꽃지를 꺼내 안았는데, 아니 글쎄? 얼굴은 공고 사진과 똑같은데, 분명 구조할 때는 3kg이랬는데 한 달만에 몸무게가 2배로 늘어서 6kg이나 됐어요. 대형견 리트리버의 후손이니까 그새 자란 거예요. 아저씨는 슬퍼졌어요.

"세상에, 같은 아이 맞니?" 보호소 철장을 나서자마자 해맑게 웃는 리트리버 믹스견 꽃지.

‘이렇게 예쁜 줄 아무도 모르고 있다니…. 단지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너는 외면을 받았구나.
‘산책만 하루 1번 시켜주면, 중대형견이 얼마나 얌전하고 건강한데.’

그날 안락사 예정된 아이들 중에 꽃지의 덩치가 제일 컸어요. 유기견 10마리 중 3마리는 꽃지처럼 체중 8kg이 넘는 중대형견인데, 이들이 입양갈 확률은 1%도 안 돼요. 하지만 뚱이 아저씨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애라면 정성을 쏟으면 입양 보낼 수 있겠다고 확신했어요.

병원가자니까 벌러덩, 재치 만점 이녀석

꽃지는 구조 직후 동물병원으로 향했어요. 아직 어린 아가라서 전염병 검사가 급했거든요. 동물병원으로 가는 길, 꽃지는 정말 해맑은 어린아이였대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아저씨 품에 안겨서 장난을 쳤어요.

“얘,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길 뻔했는지 알기는 하니?”

독한 예방접종 주사를 맞아도 미소를 잃지 않던 꽃지 모습.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주삿바늘로 피를 뽑아도 꽃지는 마냥 좋아했어요. 우와 여긴 어디야? 신나서 꼬리만 파닥파닥했다네요. 수의사 선생님들은 와, 꽃지 같은 강아지만 병원에 오면 너무 좋겠다고 칭찬을 했고요. 기다리던 검진 결과, 다행히 꽃지에게는 질병이 없었습니다.

꽃지는 예쁜 리트리버 믹스견으로 자랐어요. 세상에 이런 천사 같은 애가 있을까 싶을 만큼 성격이 순한데요. 서열 욕심에 으르렁대는 오빠 개들도, 꽃지의 미소 앞에서는 꼬리를 내릴 정도예요. 사람 말을 잘 알아들어서, 병원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바닥에 납작 엎드렸답니다.


"킁킁, 이건 동물병원의 냄새?" 병원 가자는 소리를 듣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꽃지. 눈치가 무척 빠른다.

천사 리트리버 꽃지의 생일은 마침 12월이에요. 입양하는 가족들은 꽃지와 첫 돌잔치를 함께할 수 있죠. 아래 입양공고를 보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영리한 리트리버 믹스견, 꽃지의 가족을 기다려요

-암컷 리트리버·진돗개 믹스(중성화 o)
-1살 미만, 체중 22kg, 예방접종 완료.
-아동 및 동물과 친화력 우수
-하루 1회, 30분 이상 산책시 실내생활 가능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은 tinkerbell0102@hanmail.net으로 문의 바랍니다.
*임시보호처(경기 양주시)에서 지내고 있어요. 방문시 함께 산책 가능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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