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함께 확진됐지만…우리가 보호자할게요”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함께 확진됐지만…우리가 보호자할게요”

코로나19 감염 제천 요양시설 요양보호사들
함께 감염, 입원한 90대 노인들 보호자 자처

입력 2020-12-11 00:15 수정 2020-12-11 00:15

연일 거세지는 코로나19가 또다시 약한 고리인 노인 요양시설을 덮치며 고령 노인과 요양보호사의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충북 제천의 한 요양시설에서 확진된 요양보호사들이 코로나19 감염으로 같은 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을 돌보는 역할을 자처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제천시에 따르면 A요양시설에서는 10일 기준 요양보호사 4명과 시설에 입소해있던 노인 7명 등 1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 중 보호사 3명과 노인 4명은 충주의료원에 함께 입원에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완전히 격리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충주의료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은 모두 90대 고령 환자로 스스로 거동이 힘든 분들이었습니다. 치매를 앓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병상은 물론 의료 인력 부족이 너무나 심각해진 상황에서 병원 내에 이분들을 따로 돌봐줄 수 있는 여력은 없었습니다. 일상 자체가 힘든 이분들이 방치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때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요양보호사들이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이 세 분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돌봤던 노인들을 병원에서도 보살피는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보호사들은 틈틈이 같은 병동에 있는 노인들의 식사 등 일상생활을 돕고 위생용품을 갈아주는 일 등을 도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장 큰 도움은 대소변을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보호사들의 도움 덕분에 이 병원 의료진도 다른 업무 부담 없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천시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들은 가족들의 간호를 받을 수 없는데 자신도 환자로 입원 치료를 받는 보호사들이 대소변 등까지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돌보겠다고 나서 모두 감사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시설에 있던 노인들을 돕는 것이 보호사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누가 원인이었는지 등을 놓고 탓하고 비방하기에 십상인 요즘, 선후·이해 관계를 따지지 않고 도움에 나선 이분들의 행동은 분명 특별해 보입니다. 자신도 환자가 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 이 손길은 방역 현장에서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도 정말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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