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그 천사가 저도 구해주셨어요” 노숙인의 글

국민일보

“방배동 그 천사가 저도 구해주셨어요” 노숙인의 글

취업 교육 중인 한 노숙인 “방배 모자 사건 같은 분께 도움…
집 초대…밥 대접받고 목욕도 했다”
사연 접한 서초구청장 “대통령 표창 추천” 약속

입력 2020-12-19 04:00 수정 2020-12-19 04:00
방배동 모자 사건을 세상에 알린 정미경 사회복지사의 모습(오른쪽)과 같은 복지사로부터 도움을 받아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고백한 한 노숙인의 글. MBC, 서초구청 화면 캡처


수많은 사람들이 구걸하는 그의 곁을 무심히 지나쳤지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 이른바 ‘방배동 모자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해결한 정미경 사회복지사의 과거가 알려져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방배동 모자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정미경 사회복지사와의 인연을 떠올린 한 노숙인의 글을 통해서다.

19일 서초구청이 운영하는 열린구청장실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에는 한 노숙인의 글과 조은희 구청장의 답변이 올라와 있다. “이사 오기 전 방배동에서 노숙하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는 방배동 모자 사건의 지적장애 아들이 구걸을 했던 같은 자리에서 길거리 생활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취업 교육을 받으며 새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데는 정미경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그는 “그때 저를 도와주신 분이 저 정미경 사회복지사 분이었다”면서 “음식점에서도 안 받아주는 저를 집으로 초대해 밥을 주시고 사우나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저를 집으로 초대해 샤워를 하게해주고 옷을 나누어주시고 사회에 다시 스며들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도와주신분”이라고 썼다.



그는 이번 방배동 모자 사건에서 큰 역할을 한 정미경 사회복지사를 “노숙자와 취약 계층 발 벗고 일상 속에서 도와주며 업무 시간 외에도 진정으로 소명 의식 가지고 여러 사람 보살폈다”고 평가한 뒤 “그러면서 본인은 정작 미용실 가실 돈도 없으셔서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검소하게 산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복지 시스템을 보다 면밀하게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발 벗고 다니는 정미경 복지사님을 승진시켜주셨으면 좋겠다”며 “이 바닥의 복지가 왜 실현될 수 없느냐같은 문제점을 몸소 알고 계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힘을 가지시면 큰일을 하실 것 같은데 대통령 상이라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복지사를 대우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정미경 사회복지사가 방배동 모자 사건의 아들에게 다가간 모습이 인근 가게 CCTV에 포착됐다. JTBC 화면 캡처


정미경 복지사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 네티즌의 글은 지난 15일 올라왔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틀 뒤인 17일 이 글에 답변을 달았다. 조은희 구청장은 “코로나 19 상황에서 대면 돌봄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저희 소임을 다하지 못해 송구스럽고, 책임을 무겁게 되새긴다”며 “정미경 사회복지사님이 평소 자신에게 근검 절약하시면서도, 노숙인 취약계층을 위해 진심을 다하신다는 내용 잘 읽어 보았다”고 했다.

이어 “저희 또한, 유족인 아드님을 지원하여 주신 사회복지사께 매우 감사하고 있다”며 “제출해 주신 의견에 감사드리며, 정미경사회복지사님의 그간 활동과 취약계층의 지원내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기회가 되는 데로 대통령상 표창을 추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취약계층의 실태파악과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정미경 사회복지사는 오랜 기간 거리 생활을 하면서 타인을 경계한 방배동 모자 사건의 아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36살인 아들은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고기잡이배에 끌려갈 수가 있으니,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는 죽은 엄마의 당부를 지키며 정미경 사회복지사의 계속된 선의를 거절했다.

방배동 모자 사건의 아들이 구걸함 앞에 놓은 메모. MBC 화면 캡처


그러나 MBC 탐정M 보도에 따르면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나를 보내주셨어, 밥 한끼를 꼭 사먹이라고 엄마가 부탁하셨어”라는 복지사의 말에 아들은 달라졌다. “정말 엄마가 보내신 게 맞느냐”며 눈물을 글썽인 아들은 복지사의 손을 잡고 식당엘 갔다. 방배동 모자 사건이 세상이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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