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췌장암 4기 판정…” 미소로 전한 유상철 근황

국민일보

“생일날 췌장암 4기 판정…” 미소로 전한 유상철 근황

입력 2020-12-27 13:47 수정 2020-12-27 13:59
유튜브 '터치플레이' 영상 캡처

지난해 10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유상철(49) 인천유나이티드 명예감독이 밝은 모습으로 근황을 전했다.

유튜브 채널 터치플레이는 지난 25일 유 감독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유비컨티뉴 1화 유상철은 강하다’를 공개했다. 인터뷰에 나선 유 감독은 편안한 복장에 미소 띤 얼굴로 등장해 “(몸 상태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못다 한 그간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유 감독은 지난해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0월 18일이었다. 내 생일이었기 때문에 잊을 수 없다. 전날부터 황달기가 심상치 않아서 팀 닥터와 병원에 가 초음파를 찍었더니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을 가라’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큰 병이 아닌 줄 알았다”며 “팀 닥터도 못 들어오게 하고 나만 부르더라. 췌장암 4기라고 하는데 솔직히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팀 동료들 역시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이승재 인천 의무트레이너는 “그 소식을 처음 알았던 사람이 저다.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데 아직도 기분이 좀 그렇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천수 전 인천 전력강화실장 역시 “처음에 전화 왔을 때 ‘천수야 나 암이래’ 이런 톤이더라”며 “당시에는 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전달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감독직 유지에 대해) 본인 의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미팅을 했었다. 갑작스러운 통보였으니까 자기도 ‘이 상황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처음에는 이야길 하더라”며 “지금까지 축구밖에 안 했는데 축구인으로서 쓰러지더라도 운동장에서 쓰러지고 싶다고 하더라. 저로서는 그것만 들을 수 없어서 가족과 부모님과도 상의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가족들도 ‘유 감독의 의지력이 좋고 유상철이라는 사람은 운동장에 있을 때 가장 멋있다’는 얘길 했고 그걸 지켜줘야 하는 게 제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일 가장 중요한 성남FC전을 앞둔 전날 선수단하고 케이크로 파티를 하는데 마음이 아파서 못 있겠더라”며 “생일 노래를 불러드리는데 너무 울었다. 느낌으로 상황을 아는 친구들이 조금 있었는데, 제 모습을 보고 선수단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유 감독도 그 순간을 기억하며 “솔직히 표정 관리가 좀 힘들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기에도 내게는 너무 버거웠다”며 “우선 내 앞에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팀을 강등시켜서도 안 되는 상황이고 성남전이 되게 중요한 경기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당시 성남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운동장에 와 있는 팬들을 위해 뛰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유 감독은 “팬들에게 올해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홈에서 승리하는 거라고 말했다”며 “(플래카드가) 굉장히 많더라. 여러 가지 응원 메시지를 들고 있는 걸 봤는데 꼬마 아이들이 ‘감독님 힘내세요’라고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적이 안 좋으면 안 좋을수록 팬들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인천의 서포터나 팬들은 이기든 지든 관심 있게 봐줬다. 그게 너무 고마웠다. 그에 어떻게든 보답해야 했다”며 “홈에서 이기는 게 가장 큰 선물인데 그걸 계속 못해서 아쉬웠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그때는 정말 어떻게든 꼭 이기려고 되게 많이 애를 썼던 것 같다”며 “선수들을 움직일 수 있는 기와 응원 메시지들이 존재한 덕분이다. 팬들의 성원이 굉장한 영향력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은 지난해 11월 19일 인천 공식 채널을 통해 팬들에게 편지를 쓰고 암 투병 소식을 직접 알렸었다. 그는 당시 “저에게 있어 받아들이기 힘든 진단이었지만 받아들여야만 했다. 저 때문에 선수들과 팀에 피해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병원에 있으면서 역시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계속해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제가 맡은 바 임무를 다함과 동시에 우리 선수들, 스태프들과 함께 그라운드 안에서 어울리며 저 자신도 긍정의 힘을 받고자 한다”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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