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구내염 진단’ 소아과 의사 “허위진단 아니었다”

국민일보

정인이 ‘구내염 진단’ 소아과 의사 “허위진단 아니었다”

입력 2021-01-06 04:45 수정 2021-01-06 10:37
정인이 사건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SBS 제공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을 생전 진료한 뒤 ‘단순 구내염’으로 진단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 여론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해당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인 A씨는 “정인양 양부가 지난해 9월 23일 아동보호소 직원과 함께 병원을 찾았을 당시 정인양에게 구강 내의 상처, 구내염 및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고 분명히 전했다”며 “구강 내 상처와 구내염에 대해서는 치료를 진행했고, 체중 감소에 대해선 대형 병원의 별도 검사가 필요하다고까지 언급했다”고 5일 밝혔다.

정인양의 입안 상처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이 증상을 놓친 채 구내염으로만 오진한 게 아니며, 허위 진단서를 발급했다는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진료 당시 정인양의 구강 상처 이유를 물었으나 ‘놀다가 다친 것’이라는 양부의 답변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체중 감소를 인식하고도 영양실조 등 아동학대 정황을 인지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해선 “(정인양이) 감기 등의 증상으로 온 경우가 전부였고, 상처 치료를 위해 방문한 적은 없어 아동학대를 의심할 정황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인양에 대한 두 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 진료 당일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 역시 전혀 고지받지 못했다고 했다.

진료 마지막 즈음 구강 내 상처로 아동학대 판정을 할 수 있는지 아동보호소 직원이 물어본 데 대해서도 “만약 맞아서 생긴 상처였다면 주변에 점상 출혈, 멍, 압통 등이 관찰될 텐데 당시엔 발견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지금 상태만으로는 아동학대로 확진할 수는 없다’고만 말했다”고 덧붙였다.

정인이 사건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SBS 제공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아동학대를 신고한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판단이 달랐던 것 또한 “그 이전부터의 아동학대 사실 인지, 영양 상태 등 판단의 자료나 전제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이유로 정인양 양부모를 도와준 게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줬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A씨는 “정인양 진료와 관련해 어떠한 진단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입안 상처를 구내염으로 바꿔 진단한 사실도 없다”면서 “아동보호소 직원이나 양부가 별도 요구하지 않아 소견서 등도 발급하지 않았고, 구내염 등에 필요한 약을 위해 처방전만 발급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정인양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제가 밝힌 소견이 정인양 양부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깊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정인양의 죽음에 관해 도의적,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불이익이나 비난도 당연히 감수할 생각”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정인양 사건의 전말이 전해졌다. 정인양은 입양된 지 얼마 안 된 지난해 3월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인양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접수됐는데, 세 번째 신고는 정인양이 사망하기 20여일 전이었다.

당시 어린이집 측이 오랜만에 등원한 정인양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염려돼 병원에 데려갔고 진찰 후 아동학대라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양부모와 함께 다른 소아청소년과로 데려갔고 단순 구내염을 진단받아 정인양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확인 결과 이 병원은 양부모의 단골 병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 이후 해당 소아청소년과의원과 담당 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급기야 의사 면허를 박탈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의무가 있지만 이를 행하지 않았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찢어진 상처와 구내염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의사로서 능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적인 의료행위를 통해 정인양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진단해 발급해야 하는 진단서를 무책임하게 발급해 환자의 생명에 위협을 줬다”며 “미필적 고의가 있기에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단독] 정인이 양모 “뼈 부러질 만큼 때린 적 없다”
[단독] “밥 안먹어, 불쌍한 생각도 안 든다” 답했던 정인이 양모
‘정인이 사건’ 재판부, “유무죄 판단 전 진정서 보지 않는다”
“입양 편견탓, 억울하다” 정인이 양부 그때 그 인터뷰
‘천안 가방살해’ 계모 도운 변호사, 정인이 양모도 변호한다
“정인이 사건은 살인죄” 소아청소년과 의사단체 의견서
“정인이 숨 멎는데도 택시에 선캡 흘렸다며 다시 온 양모”
정인이 살릴 수 있었던 소아과의사의 9월 신고 녹취록
“정인이 굿즈 판매” 돈벌이 하다…굿즈 작가, 협회서 제명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