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살릴 수 있었던 소아과의사의 9월 신고 녹취록

국민일보

정인이 살릴 수 있었던 소아과의사의 9월 신고 녹취록

엄마 몰래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이 데려온 병원 의사
지난 9월 경찰에 직접 전화한 통화 내용 전문 공개돼

입력 2021-01-06 11:34 수정 2021-01-06 15:31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가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신고했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경찰 녹취록에 따르면 소아과 의사 A씨는 지난해 9월 23일 정인이가 병원을 방문한 직후 경찰에 전화해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다.

A씨는 2분58초간 이어진 통화에서 정인이 몸에서 멍 자국이 많이 발견되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이전에도 아동학대 의심 신고 전력이 있었던 점, 아이 부모 몰래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이를 병원에 데리고 온 점 등을 설명하며 신고를 이어갔다.

당시 A씨는 경찰에 “오늘 데리고 온 아이 보호자는 어린이집 원장님”이라며 “한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엄마 모르게 선생님이 우리 병원에 데리고 왔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상태를 묻는 경찰 질문에는 “영양 상태가 너무 안 좋고 원래 여기저기 멍들어서 오고 그랬던 아이”라면서 “그런데 한두 달 만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고 전했다.

신고 내용을 들은 경찰은 “나머지 부분은 담당자가 전화할 것”이라며 전화를 마쳤다. 이후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출동해 양부모와 정인이, A씨를 상대로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했지만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해 아동학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지난해 5~9월 네 차례 정인이의 몸에서 멍과 상처를 발견했지만 양부모의 해명만 믿고 모두 “문제 없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정인이는 A씨의 신고 전화 후 약 20일 뒤 사망했다. 당시 정인이는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고, 쇄골과 갈비뼈 등 몸 곳곳이 골절된 흔적도 있었다.

검찰은 지난달 양모 장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양부 안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부부의 첫 공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마지막 신고 녹취 전문

신고 일시: 2020.9. 23 12:14:23 ~ 12:17:21(2분 58초)

- 접수자 : 경찰입니다.
- 신고자 : 네. 여기 화곡동에 있는 ○○소아과라고 하는데요.
- 접수자 : ○○소아과요?
- 신고자 : 네네.
- 접수자 : 크게 좀 얘기하실래요? 안들립니다.
- 신고자 : ○○소아청소년과라고 하는데요.
- 접수자 : 예예.
- 신고자 : 다름이 아니라 저희 ○○○라고 아동학대가 조금 의심돼서 이거 신고하려고 전화드렸어요.
- 접수자 : 출동하겠습니다.
- 신고자 : 아 지금은 환자가 갔어요.
- 접수자 : 갔어요?
- 신고자 : 네네. 이게 원래 조금 의심되면 의무...
- 접수자 : 아이가 몇 살입니까?
- 신고자 : 15개월이에요.
- 접수자 : 15개월이요? 이름 있나요?
- 신고자 : 얘가 아동학대가 의심돼서 몇 번 신고가 들어간 아이라고 하더라구요.
- 접수자 : 아, 그래요? 일단 이름 좀 알려주세요. 아이 이름.
- 신고자 : ○○○.
- 접수자 : ○○.
- 신고자 : ○○○. ○.
- 접수자 : 15개월. 여아예요. 남자아이예요?
- 신고자 : 여자아이입니다.
- 접수자 : 보호자는요?
- 신고자 : 보호자는 오늘 오늘 데리고 온 분은 원장님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님이시구요. 예. 이제 과거에도 아마 경찰이랑 이렇게 아동보호기관에서 몇 번 출동을 했던 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제 오늘 제가 처음에 얘 봤을 때는... 그... 처음에는... 그...
- 접수자 : 잠깐만요. 나머지요. 어느 유치원일까요? 여기가.
- 신고자 : 어느 유치원인지는 제가 잘...
- 접수자 : 원장님 이름이랑 전화번호 받아 놓으셨나요?
- 신고자 : 아니요. 그렇진 않구요. 이분 ○○○ 아동보호 전문기관 ○○○ 상담원이 아는 아이거든요.
- 접수자 : 여긴 어디예요. 전화번호 있습니까? ○○○ 상담원.
- 신고자 : 네, xxxx에..
- 접수자 : 010.
- 신고자 : 아니요. 그냥. ‘02-xxxx-5183’이거든요. 서울 강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이고 보호전문기관 ○○○ 상담원이 이 아이를 계속 관찰하고 있는 아이 같아요. 다른 데서 이미 신고가 들어간 아이 같더라구요.
- 접수자 : 알겠습니다. 오늘은 어디가 아팠던가요?
- 신고자 : 오늘은 오랜만에 어린이집을 데리고 왔는데 너무 원장님이 보시기에 너무 일반 저기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고 원래 간혹 멍들어서 여기저기 멍들어서 오고 그랬던 아이래요. 그런데 한 두달 만에 왔는데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엄마 모르게 선생님이 저희 병원에 데리고 오셨어요.
- 접수자 : 멍도 들어 있던가요?
- 신고자 : 멍이 옛날에 들어 있었던 적이 자주 있었나 봐요. 오늘은 멍이 뭐 유난히 막 보이는 곳은 없었었구요. 그 다음에... 그 다음에...
- 접수자 : 알겠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담당자가 전화를 드릴겁니다.
- 신고자 : 아 네. 알겠습니다.
- 접수자 : 네.


김남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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