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복부 강하게 밟아” 검찰이 밝힌 살인죄 적용 사유

국민일보

“발로 복부 강하게 밟아” 검찰이 밝힌 살인죄 적용 사유

법의학자 이웃 등 17명 증인 신청…사인·고의성 법정공방 예고

입력 2021-01-13 14:40 수정 2021-01-13 15:26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의 가해자인 양모 장모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 측은 살인죄뿐만 아니라 아동학대치사 혐의까지 부인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검찰은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장씨와 양부 안모씨의 1회 공판에서 장씨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장씨의 공소장에 적힌 혐의는 원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이었으나 검찰은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삼고 기존의 아동학대치사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돌리는 공소장 변경 신청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지속해서 학대를 당하던 피해자의 복부에 강한 둔력을 행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알고도 발로 피해자의 복부를 강하게 밟는 등 둔력을 가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장씨를 아동학대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이후 정인이의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법의학자들에게 재감정을 요청했다.

재감정을 맡은 전문가들은 ‘피고인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거나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서울남부지검에 전달했다. 대검 법과학분석과도 장씨에 대한 심리생리검사와 행동 분석, 임상심리 분석 등을 해 ‘통합심리분석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은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회의를 거쳐 정인이의 사망 원인을 ‘발로 밟는 등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 ▲사망에 이른 외력의 형태·정도 ▲피고인 통합심리분석 결과 ▲학대의 전체적 경위 ▲사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장씨에게 있었다고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재감정 결과를 통해 복부에 ‘넓고 강한 외력’이 가해졌다는 사실은 드러났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위로 이런 충격이 발생한 것인지는 추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장씨 측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정인이를 떨어뜨려 사망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씨의 변호인은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며 살인과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장씨 측은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나 누워 있는 피해자의 배와 등을 손으로 밀듯이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장기가 훼손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장씨 측은 또 좌측 쇄골 골절, 우측 늑골 골절 등과 관련한 일부 학대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후두부 및 우측 좌골 손상과 관련된 학대 혐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피고인 측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은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은 정인이의 사인을 감정했던 법의학자와 사망 당일 ‘쿵’ 하는 소리를 들었던 이웃 등 17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장씨가 피해자를 발로 밟았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장씨가 아이를 떨어뜨리면서 아이가 의자에 부딪힌 것”이라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는 물론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부모가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수도 없이 이야기했고 재판부에 반성문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변호인에 따르면 양부 안씨는 아내 장씨의 학대 가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와 안씨의 다음 재판은 2월 17일에 열린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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