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놓고 정부-개미 또 격돌… 은성수, 홍남기와 다를까

국민일보

공매도 놓고 정부-개미 또 격돌… 은성수, 홍남기와 다를까

여당까지 압박하자 금융위 “공매도 예정대로 재개” 거듭 재확인

입력 2021-01-13 17:45 수정 2021-01-13 17:46

개인투자자들과 정부가 ‘주식 공매도 금지’ 재연장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해 주식 과세와 대주주 요건 강화 등을 놓고도 잇달아 힘겨루기를 벌인 양측이 또 한 번 대결에 나선 모습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당까지 압박하는 상황에서 당국은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듯 공매도 재개 입장을 거듭 재확인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밤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근 공매도 재개 여부와 관련해 문의와 다수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금지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공매도 재개 보류 전망이 고개를 들자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 등 여당 의원들은 잇따라 개인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며 공매도 금지 기한 연장을 촉구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다음날인 12일 저녁에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지난 8일 금융위 주간업무회의 시 금융위원장 발언과 11일 발송된 문자메시지 내용이 금융 당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여론과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지난 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자본시장의 불법·불건전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고 반드시 적발·처벌된다는 인식이 확립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공매도를 예정대로 재개하되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13일 불법 공매도 및 공매도 후 유상증자 참여한 경우 5억원 이하 또는 부당이득액의 1.5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유상증자 기간 공매도를 한 경우 증자 참여를 제한하고 대차거래정보 보관·제출 의무 위반 시에는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매긴다.

금융위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증시가 폭락하자 3월 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추가 폭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있었던 2011년에 이어 국내 증시 사상 3번째였다. 지난해 9월 해제 예정이던 이 조치는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요구에 결국 6개월 더 연장됐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파는 투자방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사서 갚고 차익을 챙긴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방식인 데다 개인투자자는 접근할 수 없어 주식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드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연장이 아니라 영구 금지를 요구한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청원은 참여자가 10만명을 넘겼다. 공매도를 금지하고도 증시가 잘 굴러오지 않느냐는 게 청주요 논리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여론 고조에도 “당초 계획대로 간다”며 강하게 버티는 모습은 지난해 대주주 요건 강화를 고수했던 기획재정부의 태도와 닮은 데가 있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해임 청원이 제기될 정도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정부가 결국 대주주 요건 강화를 보류한 뒤에는 홍 부총리가 사표를 내는 풍경까지 빚어졌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오는 4월 재보권선거를 앞둔 만큼 공매도 재개를 강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많다. 금융위가 재개 입장 고수를 놓고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식의 명분 쌓기이거나 막판 ‘공매도 금지’ 결정에 따른 극적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 공매도는 코스피가 (이전 수준인) 2400을 돌파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 추가 연장됐다”며 “다수 개인투자자의 막대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현 상황에서 공매도는 정치적 이슈이기도 하다”고 해설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