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조 빚내서 코로나 극복? 분열하는 이탈리아 내각

국민일보

280조 빚내서 코로나 극복? 분열하는 이탈리아 내각

입력 2021-01-13 20:42
방역 요원들이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근처를 방역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최악의 피해를 본 이탈리아에서 300조원대 경제회복 방안을 놓고 내각 장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계획을 이행하려면 EU로부터 280조원 규모의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립 내각이 붕괴할 경우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2일 밤(현지시간) 내각회의를 열어 2229억 유로(약 298조원) 규모의 경제 회복 계획안을 의결했다. 바이러스 사태로 타격을 입은 가계·기업 지원은 물론 경제·사회 구조 개혁을 위한 투자 청사진이 담겼다.

재원의 대부분은 유럽연합(EU)이 보조금 및 저리 대출 형태로 이탈리아에 할당한 2099억 유로(약 280조원)의 코로나19 지원 기금이다.

계획 수립을 총괄한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재무장관은 “이탈리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영역별 투자액을 보면 디지털 경제 구축에 689억 유로, 문화 분야 462억 유로, 인프라 투자 320억 유로, 교육 285억 유로, 복지·일자리 창출 등 276억 유로, 보건 197억 유로 등이다.

하지만 내각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국가 부채에 부담을 주는 데다 구제금융을 받는 것 자체가 시장에 오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립 내각의 분열을 촉발한 것은 ‘생동하는 이탈리아’(Italia Viva·IV) 당이다. IV 소속인 농업장관과 양성평등장관 등 2명은 의결을 위한 표결에서 기권했다.

IV 측은 회의에서 유럽판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안정기금(ESM) 활용 문제를 놓고 날을 세웠다. IV 장관 2명은 저리의 ESM 대출 자금을 끌어와 투자 규모를 확대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른 장관들은 국가 부채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구제금융을 받는 것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가에서는 IV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연립정부 이탈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렌치 전 총리는 방송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연정을 떠날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선 IV의 연정 이탈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IV가 연정을 떠나면 여권의 의회 과반 구조가 무너져 주세페 콘테 총리와 다른 연정 구성 정당인 중도좌파 민주당, 반체제정당 오성운동은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다른 연정 후보 정당을 찾아 IV의 공백을 메우거나 코로나19 및 경제 위기를 관리할 실무적 성향의 새로운 총리를 내세워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면 결국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으로 가게 될 전망이다. 2018년 총선을 통해 구성된 현 의회 임기는 2023년까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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