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제발…” 재연 라인업 속 2021 빛낼 신작들

국민일보

“올해는 제발…” 재연 라인업 속 2021 빛낼 신작들

입력 2021-01-14 05:00
CJ ENM과 세종문화회관의 신작 ‘비틀쥬스’. CJ ENM 제공

코로나19로 지난해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등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인 공연계가 올해는 불확실함을 향한 투자보다 검증된 스테디셀러 공연들을 라인업에 대거 포진시켰다. 그럼에도 가뭄의 단비를 뿌릴 신작들이 싹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재연작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초연작으로 참신함을 덧대 다시 봄바람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원작 각색한 무대 공연들
CJ ENM은 세종문화회관과 공동주최로 신작 ‘비틀쥬스’(6~8월·세종문화회관)를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인다. 2019년 4월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팀 버튼 월드’를 무대에 펼쳐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1988년 팀 버튼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된 부부가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기상천외하고 발칙한 무대적 상상력으로 구현해냈다. 뮤지컬 ‘킹콩’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주목받은 호주 싱어송라이터 에디 퍼펙트가 작사·작곡을, 뮤지컬 ‘물랑루즈’로 흥행력을 증명한 알렉스 팀버스가 연출을 맡았다.

알앤디웍스는 뮤지컬 ‘검은 사제들’(2~5월·유니플렉스)을 공개한다.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교통사고 이후 이상 증세에 시달리는 영신을 구하기 위해 마귀와 사투를 벌이는 사제들의 이야기다. 무대로 옮기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오컬트 장르라는 점에서 흥미가 있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어떻게 구현해 냈을지 관심이 쏠린다.

쇼노트 신작 ‘그레이트 코멧’. 쇼노트 제공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초연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쇼노트는 신작 ‘그레이트 코멧’을 공개한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 중 일부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든 송스루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2017년 ‘토니 어워드’에서 12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었다. 한국 초연은 김동연 연출가와 김문정 음악 감독이 참여한다. 당초 지난해 초연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일정을 연기했다. 정확한 공연 일정과 예정됐던 캐스팅은 조율 중이다.

에스앤코의 신작 ‘하데스타운’(8월(예정)·LG아트센터)은 고대 그리스 신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지난해 라이선스 공연이 결정됐으나 올해 무대에 오르게 됐다. 브로드웨이에서 유일한 여성 연출자인 레이철 채브킨의 작품으로 201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2019년 3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그해 토니상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뮤지컬상’ 등 8개 부문에서 쾌거를 이뤄냈다.

뮤지컬 ‘히드클리프’(1~2월·아르코예술극장)는 영국 여류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1847년 발표한 소설 ‘폭풍의 언덕’을 원작으로 한다. 삶의 이유가 오로지 한 여자 뿐이었던 히드클리프의 서사를 담는다. 뮤지컬 ‘베르테르’와 ‘카르멘’ 등을 함께한 고선웅 작가와 정민선 작곡가가 오랜만에 합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됐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홍보물. 랑 제공

개발 통해 경쟁력 갖춘 신작들
4년 간의 개발 단계부터 기대주로 떠올랐던 창작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2~3월·컬처스페이스엔유)가 드디어 초연한다. 2018년 충무아트센터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뮤지컬 하우스 블랙앤블루’ 선정작에 이어 작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도 선정됐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희망이 없는 해웅과 희망만 있는 옥희, 그리고 각자의 소망을 지닌 원귀들의 이야기다.

‘올해의 신작’에 함께 선정된 연극열전의 ‘인사이드 윌리엄’(3~4월·아트원씨어터)는 셰익스피어의 명작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치있게 비틀며 사회가 정한 기준을 향해 통쾌한 일침을 날린다. 특히 셰익스피어 역에 최호중과 김아영이 젠더 프리로 더블 캐스팅됐다.


뮤지컬 ‘마리 퀴리’ 등을 개발했던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5에 선정된 신작 두 편도 관객을 찾아간다. 뮤지컬 ‘악마의 변호사’는 사회에서 추락한 검사와 가짜 변호사가 만나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을 위악으로 맞서는 작품이다. 민미정 작가는 “법정을 모독하고 세상을 조롱하는 사기꾼과 악마가 되길 선택한 검사를 통해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고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풍자한다”고 설명했다. ‘위대한 피츠제럴드’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치열하게 완성해간 피츠제럴드 부부의 일대기를 모티브 삼았다. 미국 격동의 재즈 시대 속 진짜 예술가의 인생을 살아간 피츠제럴드 부부의 이야기를 한국식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레·가무극도 볼거리 풍성
국립발레단은 ‘주얼스’(10월·예술의전당)를 초연한다. 신고전주의 발레 창시자인 조지 발란신의 안무작으로 볼쇼이발레단, 마린스키발레단 등 해외 유수의 발레단이 보유한 레퍼토리 중 하나다. 가브리엘 포레,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배경으로 3막 발레로 구성된다.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특별한 플롯 없는 디베르티스망 형식이 특징이다.


서울예술단은 창작가무극 ‘향화’(2월·경기아트센터)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 작품은 1919년 3월 29일 수원 지역의 만세 운동을 이끈 수원 권번 일패기생 김향화 열사의 삶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유관순 열사와 함께 옥고를 치렀던 숨어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안무는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김혜림 안무가와 우현영 안무가가 손을 잡는다. 권호성 예술감독은 “차별과 억압의 시대를 살았던 향화를 통해 굴절된 여인들의 역사를 조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브람스…’(5월·국립극장)도 처음으로 관객과 만난다. 낭만주의 대표 음악가 브람스의 사랑과 인생을 그려냈다. 전예은 작곡가와 한승원 연출이 창작진으로 참여한다. 국내 초연되는 푸치니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7월·예술의전당)도 기대작이다. 미국 서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여성과 이곳에 숨어 사는 어느 무법자의 사랑을 담은 로맨틱 오페라다. 2018년 국립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를 만든 니콜라 베를로파가 연출하고 이탈리아의 마에스트로 미켈란젤로 마차가 지휘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