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후 정인이 갈비뼈 온전한 기간 없었을 것”

국민일보

“입양 후 정인이 갈비뼈 온전한 기간 없었을 것”

법의학자 재감정 결과…“영양실조 16개월 밟으면 사망 예상 가능”

입력 2021-01-14 11:47 수정 2021-01-14 13:26
왼쪽부터 정인이 양모 장모씨와 양부 A씨. 뉴시스, 연합뉴스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다 숨진 정인이의 사인을 재감정한 법의학자들이 “영양실조로 제대로 활동을 못하던 생후 16개월 아이를 발로 밟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재감정에 참여한 법의학자들은 14일 “정인이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폭행이 지속적으로 가해졌다”며 동아일보에 이같이 밝혔다. 앞서 검찰은 양모 장모씨를 아동학대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이후 정인이의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을 위해 법의학자들에게 재감정을 요청했다.

법의학자 A교수는 “척추에 닿아 있던 췌장이 복부에서 등 쪽으로 가해진 힘에 의해 잘린 것으로 보인다”며 누운 자세처럼 등이 고정된 상태에서 복부에 외력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는 “뭉툭한 것으로 넓은 부위에 힘을 가해 췌장이 끊어진 것이라면 발바닥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인이의 피부에 상처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발끝 등 뾰족한 부분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이의 갈비뼈에서는 약 6개월에 걸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골절이 일곱 군데 발견됐다. 이 교수는 “이 정도면 입양 한 달 뒤인 3월쯤부터 갈비뼈가 온전했던 기간이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췌장을 비롯한 주변 장기에서는 섬유화 진행 흔적이 보여 최소 사망 2~3주 전부터 췌장에 손상이 갈 정도의 힘이 여러 번 가해졌던 것으로 판단됐다.

또 장씨 측이 “(정인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로 인한 통증으로 피해자를 떨어뜨린 사실은 있지만 고의로 숨지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이 교수는 “만약 그랬다면 허리가 복부 장기 손상을 막아줘 췌장 손상이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검 결과 정인이의 사인은 ‘복부에 가해진 강한 외력에 의해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이었다. 법의학자들은 ‘피고인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거나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검찰에 전달했다. 검찰은 이 같은 보고서, 사인, 장씨의 심리분석 결과, 학대의 전체적 경위 등을 종합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전날 열린 정인이 사건 첫 재판에서 재판부의 허가를 구하고 장씨의 공소장을 변경했다. 변경된 공소장에는 살인 혐의가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예비적 공소사실로 각각 적시됐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양팔을 강하게 잡아 흔들고 복부를 손으로 수회 때려 바닥에 넘어뜨린 다음 발로 피해자 복부를 강하게 밟는 등 강한 둔력을 가했다”며 “이로 인한 600㎖ 상당의 복강 내 출혈 및 복부 손상으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했다”고 공소 사실을 설명했다.

반면 장씨 측은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아이가 사망에 이르게 된 부분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니 살인 혐의 역시 부인한다”고 말했다.

정인이는 입양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응급실에서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양부모는 지난해 1월 정인이를 입양한 후 3월부터 10월까지 아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이를 방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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