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조작” “다 잃을 각오해라”… 비트코인 열기에 경고 잇달아

국민일보

“투기” “조작” “다 잃을 각오해라”… 비트코인 열기에 경고 잇달아

비판 줄잇는 가상화폐… 높은 변동성·가치평가 어려움이 최대 난제

입력 2021-01-14 17:20 수정 2021-01-14 18:02

직장인 이모(27)씨는 지난해 초부터 비트코인에 투자를 시작했다가 빈털터리로 전락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오르내리는 시세를 쫓아가다보니 1년간 잃은 돈만 5000만원에 달했다. 지난 13일에는 마지막 남은 저축 300만원을 또다른 가상화폐에 ‘올인’했지만 그마저 시세가 폭락하며 60만원 정도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팬데믹이 만들어낸 넘치는 유동성이 가상화폐 시장에 흘러들며 시장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극단적으로 큰 변동성에 돈을 거는 투기성 자금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전문가들은 투자 대상으로서 가상화폐가 갖는 불안정성에 대해 연일 경고에 나서고 있다.

12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모든 돈을 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FCA는 이어 “일부 금융기업들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가상화폐와 연관된 투자·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모든 고위험 투기성 투자와 관련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에 투자하는지, 투자와 연관된 위험성은 무엇인지를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CA가 내놓은 경고의 핵심은 가상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이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2500만원을 넘어서며 신고가를 기록한 비트코인은 지난 8일 3주 만에 4850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그 후 사흘 만에 1000만원 이상 폭락하며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비트코인이 아닌 기타 소규모 가상화폐를 뜻하는 ‘알트코인’에서는 그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날 기준 거래대금 4위를 차지하는 ‘리플’의 경우 지난달 22일 시세가 574원에서 다음날 296원으로 하루 만에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가상화폐의 가격 변화에 뚜렷한 이유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8일 시작된 비트코인 가격 폭락에 대해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 정도만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투기적인 상승”이라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 무리의 사람들에 의해 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격 상승·하락 폭에 제한이 없고 가상화폐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 정밀한 투자를 하기도 쉽지 않다. FCA는 “가상화폐의 적정 가격을 평가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해 정보력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돈을 잃기 쉽다”면서 “이미 복잡한 가상화폐가 파생상품이나 금융서비스 등과 연계된다면 리스크를 평가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익명성을 지닌 가상화폐가 돈세탁 수단으로 이용되며 범죄조직의 활동을 손쉽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비도덕적인 산업군에서의 돈세탁을 가능하게 한 굉장히 수상한 자산”이라며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처럼 사용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에게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CB를 포함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을 대체할 자체적인 가상화폐를 개발 중에 있다고도 전했다. 이 같은 프로젝트가 성공해 상용화될 경우 비트코인의 수요가 감소하며 투자자들의 대대적인 손실이 우려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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