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지옥이야” 묻지마폭행 피해자의 마지막 카톡

국민일보

“하루하루 지옥이야” 묻지마폭행 피해자의 마지막 카톡

입력 2021-01-18 16:51 수정 2021-01-19 11:11
2018년 1월 사건 당시 A씨가 경기도 용인의 한 상가에서 시비가 붙은 조씨를 폭행하고 있는 모습. 왼쪽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이 조씨. 국민일보DB

지나가다 어깨를 부딪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뒤 3년 동안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40대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모(43)씨는 지난 10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용인 자택 인근 한 공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극단적 선택 직전 아내에게 “미안하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조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 아내 B씨에게 남긴 모바일 메시지. 조씨 유족 제공

조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3년 전 당한 폭행 사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8년 1월 16일 0시쯤 용인의 한 상가 복도에서 30대 남성 A씨와 어깨를 부딪힌 뒤 시비가 붙었다.

A씨는 조씨를 10여분 간 무차별 폭행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조씨의 머리를 발로 1회 가격하고 비틀거리는 조씨의 어깨를 잡아당겨 넘어뜨린 뒤 수 차례 걷어찼다. 그는 도망친 조씨를 쫓아가 길거리에서 낭심 부위를 짓밟기도 했다.

수원지법은 같은 해 5월 상해 혐의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진정으로 사과하지도 않았고 피해를 회복하려는 충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조씨는 폭행으로 치아와 치근 여러 개가 손상됐다. 또 방광이 파열돼 응급수술을 받는 등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특히 방광 부분에 20㎝ 가량의 개복수술을 했음에도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생활해야 했다. 조씨의 아내 B씨(44)는 “남편은 생전 아침마다 ‘눈 뜰 때마다 기저귀와 이불을 확인해야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며 힘겨워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전까지 작은 광고기획사를 운영했던 조씨는 증세가 다소 호전되자 경제활동에 나서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망가진 몸 때문에 번번이 구직에 실패했다. 그는 집 앞 편의점에서도 아르바이트 채용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고용지원센터와 주민센터에서도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며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조씨는 크게 좌절했다고 한다. B씨는 “폭행으로 인한 분노와 공황장애 때문에 약을 복용했는데 약물 부작용으로 말이 어눌해졌다”면서 “남편이 ‘한 순간에 가장 노릇을 못하게 됐다’며 자주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조씨는 생전 주위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는 사람이 세상에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는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방’에도 “왜 가해자는 편하게 사는데 나는 이렇게 괴로워야 하느냐”는 글을 남기며 외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생전 여러 차례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등에 전화했다”면서 “증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1393 측에서 연락해 여러 번 출동한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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