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변하면” 文입양 발언에 ‘정인아 미안해’ 단체 충격

국민일보

“맘 변하면” 文입양 발언에 ‘정인아 미안해’ 단체 충격

입력 2021-01-19 04:45 수정 2021-01-19 10:05
신년 기자회견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에게 살인죄 적용을 주장하며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펼쳐 온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18일 문 대통령의 입양 관련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협회는 이날 ‘대통령은 사과하십시오’라는 성명을 내고 “사전위탁보호제도는 법원이 입양 허가를 내리기 전에 예비 양부모가 입양아와 함께 사는 것으로, 예비 양부모와 입양아동의 애착 관계 형성 및 상호적응을 위한 제도이지 예비 양부모가 취향에 맞는 아동을 고르라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라고 말한 데 대해 “입양부모의 단순 변심으로 버려지게 되는 입양아동의 상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의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입양 아동과 맞지 않는 경우 등 아이를 바꾼다든지’라는 발언에 대해선 “입양부모의 취향에 맞는 아동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주신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협회는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아이로 바꿔 달라고 할 수가 있는가”라며 “부모 없는 아이는 이 집 저 집으로 돌리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 교환을 하는 쇼핑몰의 물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입양의 문제는 입양부모의 취향이 아닌, 아동의 생명권과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에도 오늘 (문 대통령의) 말씀은 입양아동의 입장에서는 절대권력자인 입양부모 중심으로 인식하고 계셨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또 “정인이는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정인이가 가해 양부모의 마음에 맞지 않아서, 입양부모의 단순 변심으로 발생한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들은 “한 나라 대통령의 말씀의 무게는 나라를 좌우할 만큼 중대하다”며 “대통령의 말씀은 입양아의 인권을 반려견보다도 못하게 떨어뜨렸고 입양을 하여 자기 자식처럼 귀히 키우는 입양부모를 ‘입맛에 맞는 아이를 선택하여 키우는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도록 하여 가슴에 못을 박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말씀에 말꼬리를 잡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에는 사람의 의지와 평소 생각이 담기는 것이라 알고 있다. 비록 문맥과 뜻이 그렇지 않다 하여도 대통령의 말씀으로 인해 충격받고 상처받은 입양부모 및 입양아, 그리고 국민들에게 사과해 달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다만 “대통령께서는 ‘입양을 활성화하면서 불행한 사고를 막으려면 입양 과정에 대한 사전,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하고 이와 함께 아이를 입양하는 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입양 취소’ ‘입양아 교체’ 발언 논란은 아동 학대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정 기간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는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입양 관련 얘기는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 아래 관례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사전위탁제는 청와대의 해명처럼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관행이나, 비윤리적이란 비난에 부딪히면서 과거 관련 법안은 폐기 절차를 밟았다. 또 이러한 제도의 핵심은 입양아동이 마음에 안 들면 바꾸는 것이 아닌, 부모의 자격을 따져보는 것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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